10일 기자간담회…"2024년 하이브리드 신차 성공에 전사 총력"
2026년부터 전기차 전환…길리 지분 참여에 대해선 "경영 참여 없다" 일축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2024년 하이브리드(HEV) 신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내수·수출 모두 성과를 내는 것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사장은 지난 10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연구센터인 르노테크놀로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르노코리아는 길리자동차와 협력해 CMA 플랫폼을 탑재시킨 하이브리드 신차를 오는 2024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CMA 플랫폼은 길리그룹 산하 볼보그룹의 플랫폼으로,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을 두루 적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합작 모델은 국내에서 연구개발(R&D) 및 생산할 예정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되면 2020년 소형 SUV XM3 이후 첫 신차가 된다. 오랜 기간 신차 없이 버텨온 르노코리아의 '부활의 열쇠'를 쥔 셈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가 전반적으로 사정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2022~2023년 신차는 없다"면서 "SM6, QM6 차량 수명을 보면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나왔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내부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아 (신차를) 만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신차 프로젝트인 '오로라(Aurora, 여명)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출시된 차량 라인업의 라이프 사이클(수명)도 관리하겠지만 전부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최우선 순위는 르노와 길리를 좌우에 두고 신차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차에 볼보 CMA 플랫폼을 탑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드블레즈 사장은"볼보 플랫폼을 쓰는 것은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사이즈 때문"이라며 "XM3는 디자인 등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어 국내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핵심 트렌드로는 자리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신차는 중형급 이상 친환경차임을 시사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한국 시장의 55%는 D/E 세그먼트가 차지하는데, 자동차 회사들의 이익 대부분도 바로 이 세그먼트에서 나온다. 신차는 한국 시장을 커버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차량을 원하는 해외 시장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D세그먼트는 중형차, E세그먼트는 준대형·대형차를말한다. 신차가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르노그룹과 길리그룹이 진출한 해외 시장에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유럽은 소형차가 대세이므로 기타 시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르노코리아는 중장기 전략인 레노베이션(REnovation) 로드맵에 따라 2024년부터 2025년까지는 하이브리드차량 위주로 내수와 수출을 강화한 뒤 2026년부터 순수 전기차(BEV)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쟁사와 비교해 전기차 출시가 다소 늦다는 지적에 대해 드블레즈 사장은 "2026년 한국 시장의 전기차 비중은 전체의 20% 정도로, 나머지 80%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일 것"이라며 "그 때 전기차를 내놓더라도 그리 늦지 않다. 오히려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선 순수전기차 비중이 높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내수 보다는 해외에서 선방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중국의 경우 오히려 순수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차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중국은 지난 6~7년간 순수전기차에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최근엔 하이브리드차로 옮겨오는 추세"라며 "순수전기차가 고도화되는 것을 기다리는 사이 하이브리드차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때가 되면 배터리 비용도 한층 저렴해져 차량가액도 경쟁력을 얻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드블레즈 사장은 "5년 전에는 1KWh(키로와트아워)당 200달러에서 지금은 130달러 정도로 떨어졌다"며 "앞으로 100달러로 하락하면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루카 드 메오 르노그룹 회장과 오는 21일 중요한 미팅을 하게 될 예정인데, 나의 제안서가 수락된다면 한국 시장에 대한 순수전기차 여정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길리그룹이 르노코리아 지분에 34.02%나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경영권과는 상관없다"고 일축했다.
드블레즈 사장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많은 논의를 했다. 절대로, 어떤 형태로도 길리는 경영권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서 "길리가 볼보, 폴스타, 스마트 등과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맺을 수 있었던 배경은 경영권 참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길리는 기존 르노그룹, 삼성카드와 더불어 주주이사회(BoD·Board of directors)로는 참여하지만 경영진(EC·Executive Committee)으로는 합류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부산공장 외에 다른 국내 사업장을 추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드블레즈 사장은 "부산공장을 제외한 제2공장 계획은 없다"면서 "한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연간 150만대로 우리는 내수의 경우 10%(15만대)가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수출까지 고려하면 최대 25만~30만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르노코리아는 현대차·기아처럼 한국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 말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신규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면 배치하고 인적 자원에도 투자하겠다"면서 "경쟁 우위를 잃은 르노코리아를 흔들어 경주장에서 다시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