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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 중앙선 침범해 사망…대법 "업무상 재해로 인정"


입력 2022.06.10 10:23 수정 2022.06.10 10:24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회사 복귀 중 중앙선 침범해 사망한 노동자…공단, 법 위반으로 장의비 지급 거부

1심 "업무상 재해로 봐야" 2심 "운전자 주의 의무 게을리한 것"

대법원 "법규 위반이라도 무조건 산재 불인정은 안 돼"

대법원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노동자가 업무 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던 중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내 사망했더라도, 근로복지공단(공단)이 '법규 위반'만을 이유로 업무상 재해 인정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망 노동자 A씨의 부인이 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공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노동자 A씨는 한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 노동자로 근무하던 2019년 당시 업무 차량을 몰고 원청에서 열린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뒤 근무지로 돌아오다 도로 중앙선을 침범했다. 이때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해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수사기관은 당시 A씨가 음주운전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고, 사고 이유를 졸음운전으로 추정했다.


이후 A씨의 부인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공단은 A씨 사망의 원인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인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발한 A씨의 부인은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산재보험법 37조 2항에는 '노동자의 고의·자해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양측의 법정 다툼은 '스스로가 야기한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로 숨진 A씨 사례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A씨 부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A씨의 사망 원인이 범죄행위인 만큼 공단의 지급 거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2심은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은 운전자에게 주어진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사고와 A씨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노동자의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준을 세우기도 했다. 교통법규 위반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봐서는 안 되고, 사망의 '직접 원인'인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대법원은 노동자의 '운전 중 사망사고'가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고 경위와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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