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 및 대응방안’ 세미나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 “법으로 과도하게 제단…논의 필요”
“국내 임금체계 연공성 세계 최고 수준…피크제 필요불가결”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이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잡음과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이번 판결이 노사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노동계가 이를 악용할 경우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어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예교수는 8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한정된 판결인데,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시 개별 근로계약 또는 직군·직급 단위 근로자대표의 동의만으로 가능하도록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임금피크제가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높은 현실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 폐지 및 무효화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년 유지형이든 연장형이든 임금피크제 형태에 상관없이 해당 제도에 대한 적법성을 따져보겠다는 심산이다. 일부 강경파에서는 이번 판결을 임금 및 단체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 교수는 사법부가 제시한 임금피크제의 타당성 기준이 다소 과하다고 봤다. 법리적 해석이 아닌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법원은 이번 임금피크제 판결에서 도입 목적의 타당성과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 업무량 조정 등 대상조치 도입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에 활용됐는지 여부 등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대법원이 4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사법부의 입법적 영향이 나타났다”며 “이전에도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세한 기준을 법원이 설정하는 것이 맞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사업체에는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단체협약이 있다”며 “법률에서 근로계약이 있을 때는 임금 차별이 아니라고 했는데 판결은 반대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났는지 실증법을 제대로 해석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법적으로 모든 것을 제단하려는 것은 문제”라며 “세계적 추세는 성과 등으로 평가한다. 이 판결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기업들이 사전에 임금피크제로 인한 노사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기업들은 대법원이 밝힌 기준에 따라 노조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노사분쟁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며 “업무량 및 업무강도 조정 등 대상조치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신규채용 규모 비교 등으로 임금피크제 유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연공성이 강한 국내 임금 체계에서는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주로 호봉급제를 사용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임금 연공성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저성장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청년실업과 함께 호봉급제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임금체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임금피크제는 필요 불가결하다”며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지원 확대 등으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활성화 해야 하고 이번 판결로 산업현장이 동요되지 않도록 설명회 지원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