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대표하는 풍력발전
낮은 효율성에 친환경 한계 지적
“생태 영향 살피면서 기술력 키워야”
기후 위기 시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조위)는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하고 발전기 운용 업체에 피해 배상 결정을 내렸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로 손꼽히는 풍력발전의 이면에 또 다른 형태의 ‘공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 차원에서 인정한 것이다.
풍력발전은 태양광발전과 함께 대표 친환경 에너지이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설비를 현재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17.6GW인 태양광·풍력발전 규모를 42.7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에 일부 전문가들은 풍력발전이 환경에 해로운 요소가 적지 않다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중조위 결정에서 드러난 저주파 소음문제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풍력발전기는 날개 회전을 통해 얻는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날개 길이는 대형 경우 150m가 넘고 중형 기준으로 대략 50m 정도다. 회전 반경을 고려하면 최대 300m가 넘는 셈이다. 거대한 크기 때문에 시설을 건립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산림을 파괴하는 등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다.
날개가 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도 공해다. 발전기 인근 주민에게 소음일 뿐만 아니라 가축 생육과 식물 생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윈드 터빈 신드롬(wind turbine syndrome)’이란 현상으로 바닷가 경우 어류 등 양식에도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윈드 터빈 신드롬은 100Hz 아래 저주파 소음에 생물들이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 이명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남 영암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들 주장에 따르면 풍력발전 설치 이후 멧돼지나 꿩 등 야생 동물이 자취를 감췄다. 제주도 한 마을은 발전 설비 인근 농작물 성장이 느려지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이 주거지와 최소 1.5km 이상 떨어진 곳에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저주파 소음에 지속 노출돼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관절에 이상이 올 수도 있고 심하면 호흡 장애까지 올 수 있다”며 “외국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저주파 소음으로 인해 키우는 소가 사산하는 등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인체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발전기 핵심 부품인 터빈 제작에 필요한 구리나 시멘트, 강철, 아연, 알루미늄 등을 채취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어떠한 발전 시설을 짓더라도 최소한의 환경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풍력발전은 설비 규모 대비 24%도 안 되는 발전효율 탓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날개 제작에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다는 점과 수명이 짧은 것도 문제다. 풍력발전기 날개는 수명이 20년 남짓이다. 날개 안쪽에 유리섬유를 붙이는 데 이 과정에 사용하는 경화제는 유독성 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1년에 8000개의 날개가 폐기된다.
날개 소재 대부분이 유리섬유와 화학 재료다 보니 재활용도 어렵다. 소각 과정에서는 막대한 오염 물질이 나온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연구 중이지만 아직 획기적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형 날개가 새들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회전하는 날개에 치여 죽는 새들도 있다. 풍력발전에 유리한 곳은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도 이동하기 좋은 곳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1년에 50만 마리 가까운 새가 풍력발전기 날개에 부딪혀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죽는 새들 가운데 멸종위기종도 적지 않다. 미국은 지난 2013년 풍력발전기가 조류의 죽음을 초래했다며 한 풍력발전회사에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풍력발전이 재생에너지로서 가지는 친환경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현재의 풍력발전이 오롯이 친환경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풍력발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세밀하게 살피고, 현재 발전 설비가 갖는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정부와 민간에서 관심을 키우고 있는 해상 풍력발전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주문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발전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면서 대규모 사업을 벌이다 보니 환경파괴 위험에 따른 거부감이 커졌다”며 “신재생에너지 선진국 독일은 지역 공동체가 협동조합을 구성해 지역 에너지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모델을 정착시키면서 개발 거부감을 낮췄다”고 조언했다.
▲[친환경의 역습③] 대표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20년 뒤 독성물질 토해낼 수도…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