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서 두 번의 위헌 결정 이후 대검, '윤창호법→일반 도로교통법' 규정 바꿔 기소
정치권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 예상…여야 공감대 형성돼 있어 법안 심사에는 문제 없을 듯"
법조계 “음주운전 사고 증가 예상돼 조속히 입법 돼야…하태경 의원 10년, 입법 재량 합헌 결정 가능"
“누군가 10년 내로 설정된 것 지나치게 길다며 위헌 소송 낼 것…위헌 안 나온다 장담 못 해"
이른바 윤창호법이라고 불리는 도로교통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속속 이어지자 보완 입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는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데, 여야 정치권에서는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보완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헌재가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건 지난해 11월과 이달 26일 등 총 두 번이다. 지난해 11월 당시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재차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행위를 하면 가중처벌하도록 한 조항이 초범과 재범 사이에 시한이 없어 위헌이었다면, 지난 26일의 경우는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를 합쳐 두 차례 이상 저지르거나 음주측정 거부를 두 차례 이상 한 경우에 대한 내용이 위헌으로 결정됐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은 지난 27일 전국 일선 검찰청에 윤창호법을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인 사건에 한해 음주운전 일반 규정으로 바꿔 기소하되 가중처벌 사유를 양형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의 이번 지시로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래퍼 노엘의 공소장에 적시되는 죄명도 ‘윤창호법’에서 ‘일반 도로교통법’ 조항으로 바뀔 전망이다. 노엘의 항소심은 다음달 9일에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윤창호법 관련 보완 입법과 관련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이 지난해 12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고 음주운전 재범 기한을 ‘10년 내’로 제안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양기대 의원, 윤준병 의원의 발의안과 함께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 달 5일 행정안전위원회 상정 이후 멈췄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6월 1일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실제 법안을 논의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양기대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헌재가 윤창호법 관련해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은 알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확인해 봐야 한다”며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6·1 지방선거 이후에나 관련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전했다.
정치권은에서는 일단 논의가 시작되면 법안 심사에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준병 의원실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여야가 비슷한 법안을 이미 발의한 만큼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후반기 국회를 맞아 올해 윤 의원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달라져도 법안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인 만큼 추진력을 잃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는 속도를 강조했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경우 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매우 빠르게 진행된 반면, 윤창호법은 정치적 법안이 아닌 단순 민생 법안이어서 보안 입법 논의와 통과까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선량한 피해자가 최대한 발생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률사무소 신록 강태근 변호사는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계속 나오면 음주운전 사고가 종전보다 증가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국회에선 헌재가 지적한 위헌적인 요소를 없앤 신규 입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완벽히 예상하긴 어렵지만 음주운전 관련 (초범과 재범 사이에) 기간을 두면 위헌 요소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하태경 의원이 정한 10년이면 입법 재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누군가가 위헌 소송을 내더라도 헌재가 합헌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법안 처리 이후에도 위헌 소송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헌재가 제한을 두고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하태경 의원의 법률이 시행되면 지난해 11월과 지난 26일 상황과 다른 별개 법안으로 봐야 한다”며 “형식적으론 누군가가 음주운전 초범과 재범 간 사이가 10년 내로 설정된 것에 대해 지나치게 길다며 위헌 소송을 낼 수 있다. 위헌이 안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