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7월 12∼17일 서울광장 사용 신청서 제출
시, 시민위 안건으로 상정…"시민 입장서 판단할 것"
서울광장 내 퀴어축제 승인 여부를 또 다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시민위)가 판단하게 된 가운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시민위 안건으로 거듭 상정하는 것 자체가 성 소수자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직위는 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한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자 7월 12∼17일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를 지난달 13일 서울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곧바로 수리하지 않고 6월 중 열리는 시민위에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는 광장 사용 신고를 접수하면 원칙적으로 48시간 이내에 수리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는 등 사유가 있다면 수리하지 않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의미"라며 "조례에 규정된 광장 조성 목적의 하나가 '건전한 여가 선용'인데 '건전한'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두고 위원들이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조직위 측이 서울광장 사용 신청서를 낼 때마다 이를 시민위에 넘겼다. 시민위 심의에서는 매번 서울광장을 사용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직위는 퀴어축제를 시민위 안건으로 거듭 상정하는 것 자체가 성 소수자 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조직위는 이달 17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적법하게 진행된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당장 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8일부터는 시청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강명진 조직위 상임이사는 "코로나19로 서울광장에서 퍼레이드를 하지 않은 2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매해 시민위의 심사를 받아왔고 조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이번에도 시민위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퀴어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린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성 소수자 500여 명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서울시는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즉시 수리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첫 행사 이후 신체 노출 등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이 확인돼 시민위의 판단을 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처를 두고 서울시의 다른 위원회에서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2019년 9월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사용신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시민위에 회부하는 것은 부당한 절차 지연이자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며 공공시설을 운영·관리하는 각 부서를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2019년 5월에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 17명이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됐다.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이 성명서가 차별 혐오 표현이자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성명을 낸 공무원들은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각하됐고 올해 3월 재항고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