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시아 순방 '중국견제' 명확
한미일 협력 거듭 강조
日서 '中' 직접거론, 韓서 톤다운
바이든, 대만군사개입 발언 '의도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박 5일간의 한미정상회담, 미일정상회담,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순의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은 군사와 경제안보에 초점을 맞춤과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다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쿼드 회원국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정상은 24일(현지시간) 정상회의를 끝낸 뒤 공동성명에서 통해 중국을 겨냥해 "동·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정상은 중국 견제 의도를 확실히 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인프라에 5년 간 500억 달러(약 63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채무 문제에 직면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송수신 장치를 끈 채 감시를 피해 불법조업하는 중국 선박을 추적할 수 있는 '해상 영역 파악을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을 신설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이던 지난 23일 미일정상회담 이후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 중심으로 뭉치는 경제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IPEF에는 주도국인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등 13곳 국가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인도·태평양을 위한 비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중국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쿼드 공동선언에도, IPEF 출범 선언에도 '중국'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점이 드러났다.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서 안보와 경제동맹에 대한 선언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거듭 언급한 점도 같은 선상에 놓인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을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지속해서 언급해왔다.
지난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안보 동맹으로 양국 관계를 확대·발전해 나가기로 하면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3일 미일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협렵을 거론했고, 아예 중국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최근 중국 해군의 활동과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군사 연습 등 활동을 주시하며 동·남중국해에서 힘을 배경으로 한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과 인권 문제를 포함해 중국의 여러 문제에 대응해 미일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굉장히 강하게 밝혀 왔다"며 "특히 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태평양 구상 (Initiative)이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써왔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한 단계 올려 전략으로 표현하고 아시아 순방을 통해 전략이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자제했던 반면 중국과의 사이에서 고민이 없는 일본에서는 정책 의지를 좀 더 편하게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아시아 순방은 중국견제에 대한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방문에 이어 쿼드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대중압박 기조를 추진했고 한국과 일본의 동조를 끌어냈다"고 해석했다.
다만 강 센터장은 "한국의 경우 한미동맹강화와 협력에 관한 얘기가 나오며 충분히 한국이 협조하는 셈으로 미국으로서는 중국견제 포위망을 구축하려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며 "중국이라는 직접적 단어를 쓰진 않고 한중 관계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공동성명으로 반영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는 노골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던 국가로 미일 양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만군사개입 "YES"…실수 아닐 것
민감한 소재인 '대만해협' 문제도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 중요성"을, 미일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대만을 보호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강해졌다"며 "이는 우리가 약속한 것이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발언도 실언이 아닌 정책 변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침공받을 경우 미국의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박 교수는 "미국은 과거 대만을 정부로 공식적으로 인정했었고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전략이 변한 적 없다"며 "과거 대만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적 모호함을 취했다면 이제는 중국의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지켜보지 않고 (대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센터장은 "실수가 아니다. 작년에도 같은 발언을 했다"며 "다만 아시아 지역에서 직접 한미일 삼각공조를 언급해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 반발하며 논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순에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대만을 지키기 위해 사태에 개입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강 센터장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안전보장을 언급했고 과거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대만 지원이 강화된 점을 기정사실화하며 대중압박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앞서 '하나의 중국' 정책과 관련해 어느 한쪽에 의해 현상유지가 깨지는 것을 반대해왔는데, 결국 중국이 공격하면 현상을 지키기 위해 대만을 강화하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9년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근거를 두면서도 직접적 군사적 개입 등에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외신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의도적'이라며 여러 차례 언급된 점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실수가 아니며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관계에서) 새로운 정책이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의도적'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영국·호주·일본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며 중국 측의 대만 침공을 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