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에 '러 제재' 강경 태도 요구
인도는 원론적 답변만 내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 이들 국가는 "동·남중국해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행위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에서 인도는 미국과 온도차를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 후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이뤄진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우크라이나를 입에 올렸다.
AP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단순한 유럽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문제"라며 "(4개국) 모두가 공유하는 역사에서 암울한 시기를 어렵게 헤쳐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디 총리가 근처에 앉아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돕기 위해 전 세계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P는 바이든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메시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견이 있는 모디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인도의 러시아 견제 동참 등 더 강경한 태도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인도는 끝내 러시아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모디 총리는 "양국이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 진정한 의미에서 신뢰의 동반자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원론만 되풀이했다.
모디 총리는 "안보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양국의 공동 이익과 공유된 가치가 진정으로 이 신뢰의 유대관계를 강화시켰다"면서 "강력한 경제 협력 또한 우리의 파트너십을 훨씬 더 의미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앞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나 규탄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인도가 국방 장비, 석유 공급 등에서 러시아와 오랜 관계를 이어왔으며 의존도가 높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명분 없는 전쟁을 비난했다"며 "양국 정상은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혼란, 특히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을 관리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백악관은 성명자료에서 모디 총리가 바이든과 함께 비난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진 호주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앤서니 앨버니지 신임 호주 총리에게 "개인적으로 알고 싶었다"며 축하 인사를 나눴다. 이어 그는 양국의 동맹이 인도·태평양 안보에 기여해왔다며 앞으로도 굳건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도 "쿼드 회의를 첫 공식 일정으로 참여한 것이 영광"이라며 "양국의 동맹이 지속되고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또 그는 호주 북부 다윈에 미국 해병대가 중국 견제를 위한 주둔이 결정됐을 때 호주 정부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호주 총선에서는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노동당이 정권을 잡은 만큼 중국과의 관계가 변수로 주목된다. 앨버니지 총리는 선거유세 때 당시 정권의 대중 강경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에서 정권이 바뀌었지만 쿼드에 대한 호주의 약속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쿼드 4개국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中 겨냥
이들 정상은 이날 쿼드 정상회의를 끝낸 뒤 공동성명을 내고 "분쟁이 있는 지형의 군사화, 해상보안기관의 선박과 해안경비대의 위험한 사용, 타국의 해상 자원개발 활동을 방해하는 시도 등 현상을 변경해 지역의 긴장을 높이려는 모든 위압적 도발적 일방적 행동에 강하게 반대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기되는 중국의 대만 무력공격 가능성에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도록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자유롭고 열린 인·태 지역에 대한 4개국의 결속과 확고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정상은 중국 견제 의도를 확실히 했다. 인·태 지역 인프라에 앞으로 5년 간 500억 달러(약 63조 원) 이상을 투자하고, 채무 문제에 직면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인·태 지역에서 송수신 장치를 끈 채 감시를 피해 불법조업하는 중국 선박을 추적할 수 있는 '해상 영역 파악을 위한 인·태 파트너십'을 신설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도 거론됐다. 이들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한다"며 "안보리 결의에 따른 모든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 행위를 자제함과 동시에 실질적인 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