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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인플레 공포’ 출렁…전문가 “1300원 상단 유효, 3분기 말 변곡점”


입력 2022.05.19 15:29 수정 2022.05.19 15:3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누적 무역적자 100억 달러 육박

연준 긴축·중국 등 대외 리스크 영향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60원대까지 내려가며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뉴욕증시 폭락으로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고점에 달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올해 하반기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진 후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4원 오른 1276원에 개장하며 5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까지만 해도 2월 하순 이후 3개월 만에 최장 기간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1266.6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260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11일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달러 강세와 대외 불확실성이 재부각됐기 때문이다. 불과 하루 전 경제지표 호조로 반짝였던 미국 주식시장이 밤사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자 지난 2년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3.57% 떨어졌으며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04%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4.73%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의 이날 일일 하락 폭은 2020년 6월11일 이후 가장 컸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1296원)을 이후 장중 달러 당 1291원까지 오르는 등 1300원 앞까지 상승했다. 환율이 1290원을 넘어선 것은 시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30일(1323.0원) 이후 12년 11개월이다.


앞서 연준은 이달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빅스텝(한 번에 0.5%p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연내 최소 2~3번의 추가적인 빅스텝을 예고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오름폭은 지난 3월 8.5%에서 4월 8.3%로 2개월 연속 8%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대외 불확실성 등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 누적 적자가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등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우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환율은 민간 기업·금융기관의 외채 상환 부담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킨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4원까지 상승했는데 당시 한국 GDP 대비 총외채 비율은 37.4%에서 지난해 35%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하반기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며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350원까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이 일시적으로 1300원을 찍을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과 2009년 7월의 경우 GDP 성장률(전년 동기 기준)은 마이너스 성장률 수준을 기록하던 전후였지만, 현재 GDP 성장률은 2% 후반대로 예상되고 있어 성장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이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공격적 긴축 의지에 기반한 달러화 강세가 원·달러 환율의 1300원 진입을 촉발시킬 수 있지만 국내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하면 1300원대 환율은 오버슈팅 국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야 원·달러 환율 안정세를 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올해 3분기 후반 정도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1300원을 터치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곧 1200원대로 되돌려 하반기 들어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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