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세미콘, 텔레칩스 이어 매그나칩까지 ‘눈독’
DB하이텍, 삼성전자 시스템LSI 출신 인재 영입
“메모리 치중된 국내 업계에 활력소 역할 기대”
LX세미콘과 DB하이텍이 반도체 역량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수요에 맞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사 모두 설계와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 돼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과 DB하이텍은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M&A와 인재 영입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LX는 구본준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공격적인 M&A에 나서며 역량을 키우고 있다. 계열 분리 당시 시스템반도체인 전력 직접회로(Power IC)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배터리관리시스템(BMS)등을 개발하며 전장 사업으로의 진출을 꾀했던 것이 최근 M&A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7일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은 매그나칩반도체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LX그룹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LX세미콘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그나칩반도체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10월 메모리 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한 업체로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해 지금의 이름이 됐다.
LX세미콘은 같은날 총 268억원을 들여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인 텔레칩스의 지분 10.93%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LX세미콘은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에 이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텔레칩스 역시 반도체 팹리스 업체로 차량용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차량 운전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용 칩을 비롯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적용 가능한 반도체를 개발해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DB하이텍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DB하이텍은 올해 1분기 브랜드 사업본부장에 황규철 전 삼성전자 전무를 영입했다.
카이스트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황 본부장은 지난 1990년 삼성전자 입사 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만 30여년을 재직했다. 시스템 LSI 사업부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의 한 축인 점을 감안하면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황 본부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세에 맞춰 DB하이텍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략을 진두지휘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본부장은 고속 인터페이스, 저전력·박막 기술 등의 개발을 주도하며 2002년부터 이어진 삼성전자의 DDI 글로벌 점유율 1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약진이 한국 반도체 산업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걸출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배출해 냈지만 메모리 분야에 치중돼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LX와 DB가 팹리스, 파운드리 분야에서 약진할 경우 ‘K반도체’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 2년간 IT,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 역시 크게 늘었다”며 “덕분에 비교적 작은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하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한국이 따라가는 입장”이라며 “LX세미콘과 DB하이텍의 약진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