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됐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 출제 오류와 관련해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능 출제에 오류가 있었더라도 국가에서 정당한 구제조치를 시행했다면 배상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 등 94명이 국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2013년 11월7일 치뤄진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세계지리 8번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응시생들은 8번 문항의 지문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틀린 지문이라며 정답 이의신청을 냈다. 평가원은 2013년 11월 이의심사실무위원회 등을 개최해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 수험생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수능정답결정 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은 평가원의 정답 결정에 재령권 범위의 일탈 ·남용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평가원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평가원과 교육부는 2014년 10월 항소심 판결 결과를 수용해 8번 문제를 모두 정답 처리하고 피해 응시생에 대해서는 성적 재산정과 대학 추가 합격 등 구체 조치했다.
이후 일부 응시생이 평가원과 국가가 출제 오류를 인식하고도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 1년이 지나서야 오류를 인정하는 등 위법행위를 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 출제 오류가 인정됐다"면서도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평가원이 부적절한 문제가 출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고 이의기 신청됐다면 받아들여 시정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며 수험생 94명에게 각각 200만~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평가원과 국가의 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더라도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며 "해당 시험이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는지, 시험문제 출제와 정답결정에 관한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정답 결정의 오류가 사후 정정됐는지, 적절한 구제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문제 출제부터 응시생 구제조치에 이르기까지 평가원과 국가의 행위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