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누군가 도와주겠지 '방관자 효과'…사건에 휘말리기 싫어 참견하지 않은 것"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각박함 드러낸 것…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공동체 교육 부족한 것"
"한 사람이라도 말리거나 소리 질렀다면 동조 효과가 발생해 도우려는 사람 늘어났을 것"
"구로구, 조선족 많이 사는 동네…남의 일 신경쓰지 않는 중국의 개인주의 문화가 반영된 결과"
11일 서울시 구로구에서 60대 남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CCTV(폐쇄회로)에 찍힌 행인은 50명에 가까웠지만, 아무도 말리거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누군가 도와주겠지 생각하는 '방관자 효과'가 나타난 것일 수 있다며, 한 사람이라도 말리거나 소리 질렀다면 동조 효과가 발생해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에 따르면 11일 오전 6시께 서울시 구로동 한 공원 부근 도로에서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60대 남성 B씨를 여러 차례 발길질해 폭행한 후 인근에 있던 연석을 B씨의 머리 위로 내리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14분 뒤 경찰과 소방이 도착했지만, 이미 B씨는 숨진 상태였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B씨가 폭행당하는 동안 50명에 가까운 행인들이 지나갔지만, 도움을 준 사람은 없었다. 경찰이 인근에서 검거한 A씨를 상대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한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방관자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방관자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누군가 도와주겠지 생각했거나 사건에 휘말리기 싫어서 참견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시간대가 출근 시간이고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라고는 들었다"며 "그럼에도 여러 번 신고해서 경찰을 조금 괴롭혔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각박함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아닌가 싶다"며 "출근 시간에 바쁘게 움직이면서 주변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을 수도 있고, 알았지만 남의 일에 관여하기 싫어 모른 척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공동체 교육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주변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 정도로 바쁜 사회가 된 것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 하나만을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였다.
방관자 효과에서는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된다. 그러나 한 사람만 나서서 말렸다면, 반대로 동조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방관자 효과에서 목격자 수가 2명이면 한 사람이 갖는 책임감은 50%, 10명이었다면 책임감은 10%가 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한 사람이라도 말리거나 소리를 질렀다면, 동조 효과가 발생해 오히려 도우려는 사람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의 민족 특성상 원래 이 정도로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아니다"며 "세상이 각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적인 특성이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 교수는 "구로구의 지역 특성상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동네"라며 "중국은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개인주의적 문화가 강해 이런 특성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