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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물?"…발 빼는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 기업들


입력 2022.05.12 06:00 수정 2022.05.11 14:26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GC녹십자·부광약품·일양약품 등 치료제 임상 중단 '수두룩'

SK바이오사이언스 포함 백신 개발 업체 7곳만 남아

코로나19의 기세가 한 풀 꺾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고 있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의 기세가 한 풀 꺾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고 있다. 사실상 '코로나 엔데믹(endemic·풍토병화)' 시대에 접어들자 개발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소수만 남게 된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 부광약품, 일양약품 등 국내 제약사들이 일찌감치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해 현재 유의미한 임상을 진행하는 업체는 일부만 남아있다.


임상 2상까지 진행했던 GC녹십자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의 개발을 자체적으로 중단했다. 지코비딕주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액 속 혈장에 들어있는 항체를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혈장분획치료제로 기대를 모았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코비딕주의 치료 효과를 확증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자 곧바로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자사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임상 3상 중단을 발표했다. 회사는 러시아에서 진행한 슈펙트의 임상 3상 결과 약물 투여군이 대조군(표준 치료군)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이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부광약품도 간염 치료제 ‘레보비르’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추진했지만, 임상 2상 이후 3상은 진행하지 않았다. 임상 2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종근당과 대웅제약은 임상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 전략을 수정했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CKD-314'(나파벨탄)의 해외 임상 3상을 중단하고 국내 임상만 진행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브라질, 인도, 태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페루 등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임상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회사 측은 우크라이아-러시아 전쟁 여파와 코로나 환자 수 급감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DWJ1248'(카모스타트)에 대한 예방 목적의 국내 임상 3상을 중단한 데 이어 올해 3월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3상도 중단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중증화 비율이 급감했고, 확진자들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경증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적어졌다"며 "중증 임상 3상의 경우 임상 환자 240명에게 투약을 완료했고, 10월까지 결과 분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선점한 시장이고, 오미크론 유행 이후 무리하게 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백신도 치료제도 이제는 끝물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다음 펜데믹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개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2·3상 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원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도 끝까지 개발을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흡입형 천식 치료제 'UI030'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바이오는 이달 11일 먹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인 'CP-COV03'의 임상 2상 투약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CP-COV03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면 세포가 그 바이러스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스스로 제거하도록 하는 기전을 지닌 범용 항바이러스제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독감과 간염, 에이즈, 에볼라 등 모든 바이러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이는 흡입형 칵테일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후보물질 'CT-P63'의 임상 1상이 완료됐고,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등 유럽 국가에 글로벌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한 상태다.


코로나 백신 개발 포기 선언도 줄이어


HK이노엔은 코로나19 예방 백신 'IN-B009'의 국내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지난해 7월 HK이노엔은 만 19~5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안전성, 반응원성, 면역원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1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은 후 본격적인 개발 일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코로나 엔데믹화로 국내 환경이 급변하면서 후기 임상 진입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해졌다며 임상을 중단키로 했다.


앞서 지난 3월 제넥신도 코로나19 백신 GX-19N의 2/3상 임상시험을 자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인도네시아의 백신 접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임상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며 임상 계획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넥신과 HK이노엔의 중도 하차로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 업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아이진, 에스티팜 등 7곳만 남았다. 그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업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합성항원 방식의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3상 분석 결과에서 대조백신(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우수한 면역 반응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현재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이르면 상반기 중 허가가 날 가능성이 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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