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과 인사 장면 화제
김건희 90도 인사, 김정숙 가볍게 목례
朴, 밝은 표정으로 박수치며 尹 맞이
‘유명 연예인’ 없었다…尹 철학 반영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무사히 마치고 공식 임기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하며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 강조했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반지성주의'를 꼽으며 앞으로 5년간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이후 9년 만에 열렸던 취임식인 만큼, 다양한 장면들이 화제를 모았다. 이날의 '신스틸러'는 단연 김건희 여사였다. 하얀색 옷과 구두를 착용하고 나타난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뒤를 따라 국회 입구에서 본청까지 약 180여 미터를 걸으며 지지자들과 일일이 주먹 인사를 나눴다.
한때 SNS 상에서 유명 브랜드의 고가 옷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김 여사 측에 따르면, 중저가 맞춤옷을 판매하는 국내 디자이너에게 사비로 의뢰해 제작했다고 한다. 옷 색상과 디자인은 김 여사가 손수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과 인사를 마친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1,000여 명의 내빈이 기다리고 있는 단상에 올랐다. 독립운동가 후손,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등 국민대표 20명과 함께였다.
윤 대통령 내외는 가장 먼저 문 전 대통령 내외를 찾아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도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김정숙 여사의 앞에 선 김 여사는 먼저 악수를 청한 뒤 허리를 한껏 숙여 90도 '폴더인사'로 존중의 의미를 담았다. 윤 대통령 역시 허리를 크게 숙였다. 이에 반해 김정숙 여사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예를 표했다.
다음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리로 이동해 인사를 건넸다. 박 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손뼉을 치며 윤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좌천을 당했고, 반대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는 윤 대통령이 수사를 했던 과거사는 모두 잊게 만드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본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 씨 등이 낭독했고, 애국가는 다문화 어린이로 이뤄진 '레인보우합창단'이 불렀다.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차인홍 지휘자가 지휘했으며 발달 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서울 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연주를 맡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내로라하는 연예인은 취임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취임식 연출을 맡은 이동훈 총감독은 "꾸며지지 않은 어린이들과 청년, 장애인 연주단의 무대에 순수함이 있어 감동적"이라며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 주권이 제대로 서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고심하며 작성한 취임사는 약 20분가량 진행됐으며, '아리랑'과 '네순 도르마' 등 축하공연으로 취임식은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김윤옥 여사, 노태우 전 대통령 유족 노재헌·노소영 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인사를 나눴으며, 양산 사저로 떠나는 문 대통령 내외를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내려가 배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는 건강 문제로 불참했다.
박 전 대통령을 챙긴 것은 김건희 여사였다. 김 여사는 박 전 대통령이 단상을 다 내려갈 때까지 옆에서 안내하며 마지막까지 배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달성 사저에서 출발했으며, 취임식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사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