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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군사작전은 선제 대응"…푸틴, 전승절 연설서 서방 탓


입력 2022.05.10 14:54 수정 2022.05.10 15:02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공중 퍼레이드 대신 열병식

외신 "크게 위협적인 무기 없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전승절을 기념하는 퍼레이드는 선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치에 대항한 구 소련의 승리를 기념하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을 맞이해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각종 전략무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승절 기념 공중 군사 퍼레이드는 악천후 등을 이유로 진행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전승절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서방의 공세에 선제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11분간 진행된 전승절 연설에서 "(러시아에 대한) 위험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서방의) 공세에 대한 선제 대응을 한 것이다. 이것은 불가피하고 시기적절한 국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 서방 군 관계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하고,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최신무기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것을 봤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는 서방국가에 안전보장조약을 제안하고 합리적인 타협을 제시했지만, 나토 국가들은 우리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서방에 떠넘긴 셈이다.


그는 국제사회와 나토의 '위협'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그들의 파트너국들이 지지하는 반데르파(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인 네오나치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우리의 의무는 나치즘을 붕괴시키고 우리에게 세계적 전쟁의 공포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유언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과거 나치 독일에 빗대어 동일시하고 있다고 풀이한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일각의 예측과 다르게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일부 외신 및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면전을 단행하거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며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영국 가디언은 푸틴의 전승절 연설에서 중대 발표는 없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적인 (전면전) 선전포고나 국민 총동원령도, 핵무기 사용 위협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에 따른 긴장 완화 신호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고 러시아군이 "우리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동남부 등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러 "공중 퍼레이드, 날씨 문제로 열리지 않아"


러시아는 당초 승전 77주년에 맞춰 77대의 전투기와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을 공중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시킬 것으로 알려졌지만, 크렘린궁은 "공중 퍼레이드가 날씨 문제로 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공군기들은 두 차례나 모스크바 상공에서 예행연습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핵전쟁 대비 지휘통제기(IL-80)가 1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IL-80과 함께 8대의 미그(MiG)-29SMT 전투기도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상징하는 알파벳 Z 모양으로 비행할 계획이었지만, 퍼레이드 무산으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외신들은 모스크바 기상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BBC방송은 전승절 당일 날씨가 상당히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비가 오지도 않은 날씨를 보면 기상 악화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전 10시부터 푸틴 대통령과 참전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열병식에는 약 130대의 각종 군사 장비와 1만1000명의 군인이 참가했다. 각종 탱크, 장갑차 등과 함께 첨단 방공미사일시스템 S-400,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지나갔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가 공개한 무기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위협한 만큼 서방과 국제사회에 겁을 주지는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美·G7, 러 추가제재 발표


한편 미국과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은 전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G7 정상들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화상회의 이후 러시아 경제의 모든 부문에 걸쳐 고립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G7은 "러시아 석유 수입의 단계적 중단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점차 낮출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러시아 국영 방송사들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러시아인들에게 회계 및 경영 컨설팅 등의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의 추가제재안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고 직·간접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는 방송사 3곳을 제재할 것"이라며 "이들 방송사는 외국으로부터 수익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게 되며 러시아 국가의 수입으로 되돌아간다"고 밝혔다.


제재에 오른 러시아 방송사는 채널-1, 로시야-1(러시아-1), NTV다.


아울러 백악관은 미국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금융 자회사 가스프롬방크 고위 경영진 27명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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