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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어린이였다"…아이들 자존감 파괴 '주린이' '급식충' 사용 지양


입력 2022.05.05 06:26 수정 2022.05.04 22:45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올해로 100회 맞은 어린이날…아동 비하·차별 의미 신조어 사용에 비판 제기

인권위 "공문서 등에 사용 자제 촉구…방송, 인터넷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방안 마련"

전문가 "아이들,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우월감 느껴…아이들의 언어 파괴하고 자존감 낮춰"

"어린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배려해야…어린이날 하루가 아닌 1년 내내 존중해야"

실외 체육수업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체육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100번째 어린이날을 맞은 가운데 어린이를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로 여기는 '주린이', '요린이', '잼민이' 같은 신조어 사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조어들이 아이들의 언어를 파괴하고 자존감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사용을 자제하고,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주린이', '요린이' 등 어린이에 빗대 입문자를 표현하는 단어는 아동 비하에 해당한다며 공공기관의 공문서 등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인권위는 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공공기관의 공문서, 방송, 인터넷 등에서 'O린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도록 관련 홍보, 교육, 모니터링 등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O린이'는 특정 분야에 갓 입문하거나 미숙한 초보자를 일컫는 표현으로 흔히 쓰인다. 초보 주식투자자를 '주린이', 요리를 막 배운 이들은 '요린이', 토익 입문자를 '토린이', 골프 입문자를 '골린이'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이밖에도 '잼민이', '급식충' 등 어린이들을 낮춰 표현하는 신조어도 일상 속에서 많이 사용돼 문제가 되고 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린이가 귀찮고 싫은 존재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이를 비하하는 신조어를 쓰는 이유는 이런 표현을 사용할 때 자신은 더 성숙한 사람이라는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 같은 재난 상황이 오면 혐오나 차별이 심해지는데, 혐오나 차별은 약자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만큼 사회적으로 더 배려하고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상 등교가 이뤄진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아동 비하 표현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화되면 안 된다며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방송이나 언론에서 솔선수범 하며 이런 표현들을 자제하고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 교수는 "올해로 어린이날이 100년째를 맞았다는 것은 어린이라는 표현을 쓴 지 오래됐다는 것인데 이것이 비하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 모두가 어린이였다. 어린이를 하대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이가 받는 상처는 더 오래 남는다"며 "주변에서도 이런 표현을 쓰면 지적하고 자제하라는 의견을 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상대와 대화할 때 비속어를 쓰면 안 되는 것처럼 아이들에 대한 표현도 존중을 담아야 한다"며 "이런 식의 단어들이 일반화되면 뜻도 모르고 사용되는 일이 늘어나 아이들의 언어를 파괴하고 자존감을 낮추는 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아이들은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가 아닌 순수하고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방송이나 언론 매체에서 이 같은 표현의 문제점을 자주 지적하고, 교육을 통해 어린이 비하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어린이날 하루가 아닌 1년 내내 존중해줘야 한다. 필요한 것을 사주고 잘해주는 게 존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언어는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에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아이들은 자극적인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아이들의 보호 차원에서라도 순화된 표현을 사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선물을 주고 놀이공원을 데려가는 것만이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언어습관 같은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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