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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우후죽순 뛰어든 마스크 사업에 ‘빨간 불’


입력 2022.05.03 06:41 수정 2022.05.02 16:2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1년6개월만에 야외마스크 해제

할인 프로모션·방송편성 등 전략 재수립 나서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 먹자골목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면서 방역 필수품인 마스크 업체들이 울상을 짖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마스크 대란’이 전국을 흔들었으나 최근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매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업체들은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월2일부터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의 참석자와 50인 이상이 관람하는 공연·스포츠경기를 제외하고 실외에서 마스크 의무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확산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야외 마스크를 해제해도 전파 위험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마스크 착용 규제가 조정되는 것은 지난 2020년 10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약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 정부는 백신이 다량 공급되기 전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마스크밖에 없다고 판단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했다.


마스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물량을 확보한 몇몇 판매상은 값을 최대 10배 이상 올려 받으면서 ‘금(金)스크’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 약국, 온라인 쇼핑몰 곳곳에는 ‘품절’ 표시가 뜨기 시작했고, 일부 유통업체는 구매한도 제한에 나서기도 했다.


유통업계도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로나 시대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통해 매출의 반등을 노렸다. 대형마트 업계부터 편의점, 홈쇼핑 등 앞다퉈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입힌 자체 브랜드 마스크를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패션업계는 외출이 줄어들면서 패션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만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마스크 사업에 눈을 돌렸다. 떨어진 수익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다양한 색상을 내세운 마스크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외 마스크 해제가 확실시 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순식간에 수많은 업체가 생겨나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진 상황에서 ‘탈(脫)마스크’ 시대까지 찾아오면서 수요 급감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이미 ‘눈물의 땡처리’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때만 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부르는 게 값이었던 마스크 대란과는 정반대로 이젠 심각한 공급과잉 사태가 연출되고 있다.



트라이 KF94 컬러 마스크ⓒ쌍방울그룹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도 마스크 제조업체가 꾸준히 증가한 것이 ‘독’으로 작용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월 137개에 불과했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3월 기준 1595개로 2년 사이 11배 넘게 폭증했다. 허가 품목 역시 1012개에서 8156개로 8배 가까이 늘었다.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0년 3월 KF94 마스크는 개당 4525원이었다. 이후 우후죽순으로 제조업체가 들어오면서 공급이 늘자 가격도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2020년 7월 1000원대로 떨어진 마스크 가격은 같은 해 11월에는 개당 700원대를 찍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업체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중국에서 값싼 마스크를 전 세계에 대량으로 공급해 해외 시장을 선점한 탓이다. 중국산 마스크 품질은 국산 제품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유통업계는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스크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뛰어든 만큼, 생존전략을 다듬기 시작했다. 정부는 아직 야외만 해제한 상황이지만 향후 순차적으로 마스크 전면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최근 마스크 매출 향상을 위해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모색 중에 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마스크 사업자도 늘고, 수요 대비 공급도 안정적이다보니 마스크 매출이 꺾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로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당분간 할인 정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지난해 1~4월 대비 마스크 방송 편성을 20% 이상 줄이는 대신 색조 화장품 등의 편성을 늘리는 등 효율을 꾀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패션업계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파자마와 마스크 사업 등에 비중을 둬 왔으나 전략 재수립에 나섰다. 마스크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여름 휴가철을 대비해 계절성 아이템 기획 및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오프라인 마케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는 야외 마스크가 해제되더라도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보건 의식이 높아져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데다, 황사나 미세 먼지 등으로 마스크 수요는 계속되고 있어서다.


쌍방울 그룹 관계자는 “기존에 쌍방울그룹이 마스크 사업을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마스크 대란 등으로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공익 사업으로 본 것”이라며 “향후에도 마스크 사업은 기존과 같이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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