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이어 ‘500억 횡령’...내부통제 또 불거져
기업지배구조원 “사안 심각, 등급위원회 상정”
이원덕 은행장의 취임 한 달을 맞은 우리은행이 ‘500억 횡령’이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내부 직원이 6년 동안 50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면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또 다시 내부통제 문제에 휩싸이게 됐다. 우리금융그룹이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적·기업지배구조) 경영에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ESG 평가기관들의 등급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우리은행의 횡령 사건을 고려해 오는 3분기 기업들의 ESG 등급 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건은 지난해 말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와 유사하다”며 “비금융사인 오스템은 해당 사건으로 ESG 등급을 하향했는데,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위험 관리가 매우 중요한 금융사인만큼 ESG위원회 논의를 거쳐서 차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 1월 2000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 임플란트의 기업지배구조(G) 분야 등급을 B에서 D로 하향하고, ESG 통합 등급도 B에서 C로 낮춘 바 있다. 내부통제장치가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ESG 등급 조정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하나은행, 기업은행과 더불어 G분야에서 B등급을 받았다. A등급 이상을 받은 금융지주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B등급은 ‘보통’으로 분류되나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는 수준이다. 라임, 디스커버리 등 부실 사모펀드 사태로 내부통제기준 마련 부실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횡령 사건으로 무조건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것은 아니다. B등급에서도 상단에 위치해있고, 감점폭이 낮다고 하면 하위 단계로 강등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 직원이 6년에 걸쳐 자금을 빼돌리는 데도 은행 측이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점, 횡령 금액이 500억원대로 1금융권에서도 이례적이라는 점 등은 파장이 거셀것이라는 관측이다. 금감원 측도 막중한 사안으로 여기고 진상 파악을 위한 검사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이원덕호 우리은행의 ESG 행보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원덕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객 중심 현장 경영을 실천하고자 본부 지원조직을 축소하고 영업부문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에도 매주 영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에서는 지난달 법률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인 송수영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했으며, 중간배당 관련 기준일을 명시하는 정관변경을 통해 시장예측성을 높이는 등 주주환원 제고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횡령 사건으로 고객 신뢰도에 치명타를 맞으면서 고객 영업 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은행 측은 “횡령직원이 어제 자수해 현재 신병이 확보된 상태로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에서 차장급 직원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회삿돈 500여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횡령 금액은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한 자금의 일부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측은 전날 횡령 사실을 인지한 뒤 경찰에 해당 직원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