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너를 괴물로 만든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김지훈 감독 연출

한 호숫가에서 명문 사립 중학교 학생 건우(유재상 분)가 의식불명인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그의 유서가 담긴 편지가 담임 선생님에게 도착한다. 편지에는 학교폭력(학폭)에 괴로워하던 건우의 고통과 함께 적혀져 있는 건 같은 반 학우 네 명의 이름이다. 병원 이사장의 아들 도윤재(정유안 분), 전직 경찰청장 손자 박규범(박진우 분), 국제중학교 교사 아들 정이든(정택현 분), 그리고 변호사의 아들 강한결(송유빈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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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해자 부모들은 이제부터 자신들의 재력과 권력을 이용해 자기 자식들의 가해 정황을 은폐하기 위한 속고 속이는 게임을 시작한다. 피해자 건우의 엄마(문소리 분)는 아들이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해자 부모들에게 기만을 당하기도 한다. 이후 담임 교사 송정욱(천우희 분)로부터 아들의 학폭 사실을 알게되지만 가해자들의 부모에 의해 이미 증거가 없어진 상태에서 무력 할 뿐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학폭 문제의 심각성을 다뤘다. 여기에서 이 영화가 숱한 학폭 고발 영화와 다른 건,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파헤치고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아닌, 가해자의 부모 시선에서 전개된다는 점이다.

부모가 '나의 아이는 그런 일을 할 리 없다'고 맹신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네 명의 가해자 부모 얼굴로 표출된다. 이는 동명의 원작 하타사와 세이고 작가와 김지훈 감독이 의도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명암을 더욱 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식들의 잘못을 제대로 짚고 가르쳐야 할 부모가, 자식들보다 더 비열하고 추악할 때, 희망 없는 내일 뿐인 메시지가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가해자들의 부모가 편지를 빼돌리고, 진실을 찾으려는 담임 교사를 회유, 협박, 증거들을 조작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마주하는 것은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명제가 진하게 남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일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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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이 가해자라면, 우리가 생각하던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가 되묻는 날카로운 한 방인 셈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연출 방식은 흥미롭지만, 이야기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리고 아쉬움은 배우들의 입체적인 연기들이 채운다. 변호사로 아들의 죄를 숨기기 급급한 강호창 역의 설경구는 사건이 전환점을 맞으면서 몰아치는 진실에 혼란스러워하는 연기를 충실하게 해낸다. 마지막의 설경구 눈빛이 오래도록 잔상에 남는다. 27일 개봉. 러닝타임 11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