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접고 "원전 유턴" 대선 승부수 띄워
尹당선인, 후보시절 마크롱의 '복원전' 인용
원전 활용하려는 각국 움직임 더 굳혀질듯
프랑스가 마크롱의 재집권으로 전통적인 '원전 강국'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감축을 위해 원전을 활용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마크롱의 재선으로 더욱 굳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폐기하고 복원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명분도 강화됐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마크롱은 5년 전 탈원전을 선언했던 본인의 말을 뒤집고 원전 유턴을 선언했다"고 인용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해왔다.
26일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58.5%를 득표해 41.5%를 득표한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의 정책 중 가장 눈여겨볼 것은 '원전 유턴'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당시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아 원전 의존도를 75%에서 50%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원전 강국' '원전 부국'으로 통하던 프랑스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충격을 받아 전력 발전에서 원전 비중을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얼마 가지 않아 기존의 탈원전 기조를 완전히 접고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며 복원전을 천명했다. 지난해 11월 9일(현지시간) 오후 방송으로 중계한 대국민 담화 말미에 마크롱 대통령은 대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이 취임 5년 만에 과감히 기존 입장을 버리고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한 것은 올해 4월 대선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은 프랑스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치솟는 에너지 가격과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신재생과 원전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대선판을 흔들었다.
원전 유턴을 선언한 마크롱의 재집권으로 프랑스는 '원전 부국'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프랑스는 미국(93기) 다음으로 가장 많은 원전(56기)을 가동 중이다.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원자로 개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 결과 국내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프랑스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7.1%로 수력(13.0%), 풍력(7.9%), 가스(6.9%), 태양열(2.5%)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마크롱 행정부는 2050년까지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 6기를 포함해 최대 14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프랑스가 새롭게 만드는 원자로는 기존의 유럽형 가압경수로(EPR)를 개량한 EPR2 모델을 적용한다. EPR2 원자로를 짓는 공사는 2028년 시작해 2035년 첫 번째 원자로를 가동한다는 목표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안전성이 담보됐다는 전제하에 노후 원전 수명을 현재 40년 이상에서 50년 이상으로 연장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프랑스가 전통적인 원전 강국이었던 만큼 '탈원전⟶복원전' 유턴을 선언한 마크롱 재선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감축을 위해 원전을 활용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그의 재집권으로 더욱 굳혀질 전망이다. 최근 EU 택소노미에서도 원전이 녹색에너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복원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지도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프랑스 마크롱은 5년 전 탈원전을 선언했던 본인의 말을 뒤집고 원전 유턴을 선언했고, 탈원전 이후 에너지 주권을 상실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며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가 원전 유턴을 하고 있는 데에는 원전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탄소중립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던 재생에너지는 취약성이 심각하게 나타나며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최근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수입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각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대러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면서 에너지 자립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유럽의 원전 유턴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