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6일 GDP 속보치 발표
수출 둔화・고물가, 경기하방 우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전기 대비 0.5% 수준에 그칠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하반기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둔화로 경기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속에서도 연간 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3% 아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다음날 1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0.5% 안팎으로 7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분기별 성장률은 2020년 1분기(-1.3%) 2분기(-3.2%)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분기(2.2%) 4분기(1.1%), 2021년 1분기(1.7%), 2분기(0.8%), 3분기(0.3%), 4분기(1.1%)까지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GDP는 올해 초 오미크론이 정점을 찍으면서 민간 소비가 부진한 반면, 수출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중단 이후 1월 전월 대비 2.1% 감소, 2월에는 전월 대비 0.1%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카드 승인액은 지난 1월과 2월 7%대의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기존 두 자릿수의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수출은 우크라 장기화와 중국 봉쇄,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속에서도 반도체와 석유화확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선방했다. 지난 3월 수출액은 634억8000만 달러로 역대 월간 최고 수준을 달성하며 13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했다. 다만 원유·천연가스가 급등하며 수입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GDP는 소비 부진과 투자 부문은 부실했으나 수출에서 이를 상쇄시키셔 전기 대비 0.5% 성장한 것으로 예측된다”며 “2분기부터는 코로나 확산세 완화로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기대감으로 소비는 개선되나, 대외쪽에서 수출이 악화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1분기 GDP는 소비가 영향을 미쳤다면, 2분기부터는 수출이 관건이다. 우크라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확대되고, 유가・원자재가가 급등하면서 수출도 성장 한계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모멘텀을 견인하고 있는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 연간 GDP 성장률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3.0%로 제시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5%로 예상한다”며 “수출은 지난해보다 둔화된 가운데 무역수지는 1월과 3월 적자를 기록, 국내 인플레는 확대되는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며 연간 경제성장률은 2.5%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OECD 경기선행지수 지표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국은 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경기의 가장 큰 모멘텀을 견인하고 있는 수출 증가율을 빠르데 둔화, 하반기 마이너스 증가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0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약 3개월만에 기존 전망치보다 0.5%p 내린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글로벌 주요 기관의 경제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 3대 국가신용등급 평가사인 무디스·피치·S&P는 각각 2.7%, 2.7%, 2.5%의 수정 전망치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메리츠증권도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도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올해 GDP성장률은 2월 전망치를 하회하는 2% 중후반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발표를 예고했다.
다만 한은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동시에 커졌으나, 현재로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