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미인도드릴십 4척 1조원에 매각 성공
대우조선 드릴십 4척 보유…2척은 내년 인도 예정
“계약 취소된 나머지 2척, 빠른 시일 내 매각할 것”
최근 삼성중공업이 ‘악성재고’로 불리는 미인도 원유시추선(드릴십) 매각에 성공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드릴십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고유가가 이어지는 지금이 미인도 드릴십 매각에 최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4척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에 1조4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중공업이 용선 중인 1척을 포함해 총 5척의 드릴십을 처분하는 데 성공하며 국내 조선사 중 대우조선만 유일하게 미인도드릴십을 보유하는 처지가 됐다.
드릴십은 해상에서 원유 및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대우조선은 시장 호황기였던 2011~2013년 드릴십 총 5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유가 급락으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한 선주사들이 잇달아 계약을 파기하며 재고를 떠안아야 했다.
대우조선은 이 5척 중 4척의 드릴십을 재고로 묵혀두고 있다. 2척은 계약에 따라 내년 말 인도할 예정이며, 나머지 2척은 연거푸 2차례 매매 계약이 취소된 상황이다.
가장 먼저 매각에 성공한 것은 2011년 미국 시추사 벤티지드릴링으로부터 6억6000만달러에 수주한 드릴십 1척이다. 2015년 벤티지드릴링이 파산하며 계약이 취소됐지만 지난해 11월 터키 시추사 터키페트롤리엄에 이를 매각해 현재 인도까지 마쳤다.
또 다른 2척은 2023년 연말 영국 시추선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 드릴십은 2013년 발라리스로부터 총 11억3000만달러에 수주했으나 발라리스가 경영난을 겪으며 인도 시기가 늦춰진 상태다. 대우조선은 이미 발라리스로부터 70% 가량의 대금을 받아 추후 계약 취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매매계약이 취소된 나머지 2척이다.
대우조선은 2013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총 11억달러에 수주했으나 2018년 선주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2018년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노던드릴링과 웨스트 아퀼라호와 웨스트 리브라호를 각각 2억9600만 달러에 인도하기로 합의했고 계약체결 당시 각각 9000만 달러를 선수금으로 지급받았다.
계약에 따르면 드릴십 인도 예정일은 웨스트 아퀼라호가 2021년 1월, 웨스트 리브라호가 2021년 3월이었다. 그러나 노던드릴링은 납품 지연 등을 사유로 2021년 8월과 10월 두 드릴십 매매계약을 취소했다. 현재 대우조선이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를 제기했고, 노던드릴링 자회사 웨스트아퀼라는 관련 반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계약 취소된 드릴십 2척은 현재 중재가 진행 중”이라며 “다른 업체와 구체적으로 매각 얘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최대한 빨리 매각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드릴십을 건조하고도 일부 선수금 외에는 받지 못한 상태에서, 드릴십의 장부상 가치 하락과 드릴십에 들어가는 유지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며 대우조선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대규모 충당금 영향으로 1조750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이 중 미인도 드릴십 관련 평가손실은 2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드릴십 매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4월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넘어선 상태다. 일반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채산성이 높아져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투자가 확대되며, 업계에서는 지금이 드릴십 매각의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봤을 때 조선사들에 재고로 잡혀 있는 드릴십이 이른 시일 내에 매각 또는 용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진명 NH증권 연구원은 "유가 및 천연가스 시세의 강세 지속과 유럽연합(EU)의 조달계획 변화는 향후 해양플랜트 수요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019년을 기점으로 해양시추선 임대료는 하락세를 멈췄으며, 임대율도 70%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