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안양지청장 "안양지청이 알아서 하라는 건 '알아서 덮으라'는 의미"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이 아마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여"
이후 대검으로부터 "이규원 수사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한다" 문구 넣어달라는 요청 받아
이성윤 변호인 반대 신문서 "'지침대로 알아서 하라'는 답이 돌아온 것" 반박
2019년 수원지검 검사들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정황을 포착하고 윗선에 보고했지만, 대검찰청이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며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를 덮으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 고검장이 이규원 검사 수사를 중단하라고 안양지청 형사3부(당시 부장검사 장준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던 시기에 근무했다.
이날 이 부장검사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 4월 당시 대검찰청에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가 위법하게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에 보고 없이 일선 청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 부장검사에게 “보고서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보낸 다음날 김형근 당시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부터 전화 받은 일이 있느냐"고 묻자 이 부장검사는 “그렇다. 오전에 통화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검찰이 “김형근 과장이 ‘이 보고서가 안양지청의 최종 의견이 맞느냐.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 그런 걸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고서를 받지 않은 걸로 하겠다고 했느냐”고 거듭 묻자, 이 부장검사는 “그런 취지는 맞는 것 같다. 대검찰청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그런 얘길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부장검사는 “안양지청이 알아서 하라는 건 ‘알아서 덮으라는 것’이고 만약 수사하라는 뜻이었다면 ‘승인할 테니 알아서 수사하라’고 하지 않았겠느냐”며 “수사지휘과장이 아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디.
이 부장검사는 “사건을 담당하던 장준희 부장검사에게 이 검사 수사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진행하자고 얘기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이 “김 수사지휘과장의 지시 때문이었느냐”고 묻자, 이 부장검사는 “대검 측 전화가 없었다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 부장검사의 이 같은 주장은 당시 안양지청 형사3부장으로 수사를 담당했던 장준희 부장검사가 지난해 10월 20일 증언한 내용과 일치한다. 당시 장 부장검사는 이 고검장의 공판에서 “안양지청장(이 부장검사)이 ‘대검찰청이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관여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지 못했고,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정보 유출 사건 수사만 진행해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뒤 대검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 부장검사는 그 이후에도 수사결과보고서에 추가적인 문구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대검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어떻게 문구를 넣어달라고 했는지도 얘기했느냐”고 묻자, 이 부장검사는 “이 검사 수사를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문구로 이해했다”고 응답했다.
이후 재작성된 수사결과보고서엔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 절차가 진행됐고 서울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 진행계획 없음’이라는 문구가 기입됐다.
검찰은 이같이 보고서가 나오게 된 이유를 묻자, 이 부장검사는 “대검에서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검장의 변호인은 ‘검찰 공무원의 범죄·비위에 관해 보고받은 각급 청의 장은 지체 없이 검찰총장과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을 근거로 들어 이 부장검사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지침이 이렇게 돼 있는데, 증인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보고서를 보내니까 당연히 ‘지침대로 알아서 하라’는 답이 돌아온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부장검사는 “(대검찰청이) 보고를 받았으면 당연히 협의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고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보고하자 압력을 가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