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기자 브리핑 “6대 범죄 수사는 증발되지만 범죄는 그대로 남아있게 돼”
文정부서 검찰 직접수사 범위 축소…3년간 부패범죄 수사 40% 감소
“제3의 수사기구 설립시 검찰 역량·노하우 발휘될 수 있을 지 의문”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처리되면 대장동 비리 의혹 사건 등 중요 부패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전날 기자 브리핑을 열고 “검찰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6대 중요 범죄’의 수사는 증발되지만 범죄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고 밝혔다.
수사권이 없어지면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대장동 의혹이나 산업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 등 수사도 결론을 못 내리고 종결될 것이라고 대검은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검찰개혁’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2019년에는 일선 검찰청 특수부가 반부패수사부로 바뀌거나 폐지됐고, 2020년에는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를 4개에서 2개로 감소됐다. 2020년 8월에는 공공수사부 등의 전국 검찰청의 직접수사·전담수사부서 14개를 경찰 송치사건을 취급하는 형사부로 전환됐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후에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가 ‘6대 범죄’(부패 등)로 줄었는데, 검수완박은 이 6대 범죄 수사와 경찰 송치 사건의 보완수사 기능까지 없앨 수 있다.
대검은 “제3의 수사기구가 생겼기면 검사는 기소 및 공소유지만 담당하게 될 것 같다”며 “다만 새 수사기구가 생겼을 때 검찰이 쌓아온 역량과 노하우가 발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대검은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가들도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바탕으로 주요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검사의 수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 건수도 감소세다. 대검에 따르면 뇌물과 배임, 변호사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패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 건수는 553건(2018년)에서 208건(2021년)으로 감소세가 유지됐고, 경찰의 송치 사건을 합치더라도 이 수치는 같은 기간 동안 2528건에서 1519건으로 40% 줄었다.
대검은 “수사 총량의 감소가 곧바로 범죄의 감소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국가 범죄 대응 역량이 위축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부패 범죄 수사 역량과 전문화된 수사 인력은 단기간에 함양·확보하기 어렵고, 이미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폐기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대안과 대책 없이, 범죄는 있는데 ‘수사만 하지 말라’는 조치는 국가와 국민을 그대로 범죄에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대기업 총수의 사익 추구를 위한 대규모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는 ‘호화 변호인단’을 통해 수사 절차의 적법성 등에 대한 고도의 법률적 주장이 제기된다”며 유죄를 입증하려면 재판에 참여한 검사가 수사에도 참여해 물적 증거를 검토하고 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세조종과 내부자 정보 이용 등 금융·증권 범죄의 경우 검찰이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고 대검은 설명했다. 2013년 만들어져 2019년 폐지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964명의 자본시장 교란사범을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대기업들의 담합 등 중요 공정거래범죄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약 80~100건을 전적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해온 분야다.
대검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사건을 예로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부당지원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던 중 법률·회계 검토를 통해 수천억원대 자금 횡령을 밝혀내 결국 박삼구 전 회장을 구속기소 한 사건이다.
대검은 기술유출범죄 분야에 대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 전문성이 필요해 혐의 입증이 어렵다”며 “경찰 수사 사건의 불기소 비율이 80%(일반 사건은 50%)이고 기소한 범죄의 무죄율도 20%(일반 사건 1%)로 매우 높아 검찰의 집중적이고 신속한 직접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마약범죄의 경우 해외 발송책까지 발본색원하기 위해 국제협력수사가 필요한데 검찰은 30여년에 걸쳐 국제공조체계를 구축했다”며 “수사권 조정 후 마약류 범죄 직접수사 제한으로 발생한 수사 공백을 경찰이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