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문형표, 박근혜 ‘합병 챙겨보라’ 지시 인지” 2심 판단 인정
1심 재판 시작 5년 3개월만에 최종 판결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조윤선 파기환송심 남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2017년 1심 재판이 시작된 후 5년 3개월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홍 전 본부장도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복지부 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삼성문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며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았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홍 전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했다고 판단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문 전 장관이) 복지부 국장에게 ‘삼성물산 합병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도록 지시했다. 복지부 공무원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에 압력을 행사했고, 국민연금공단의 개별의결권 행사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홍 전 본부장은 부하 직원에게 합병시너지 자료를 조작하게 한 뒤 투자위원회에서 설명하게 하고 일부 위원에게 합병 찬성을 권유해 결국 투자위에서 합병 안건이 찬성됐다”며 “이로 인해 공단은 재산상 이익을 상실했고 삼성그룹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2심도 징역 2년 6개월씩을 유지했다. 법원은 문 전 장관이 삼성합병 안건을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후 두 사람과 검찰은 각각 상고해 2017년 11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왔다. 대법원은 구속 기한 내 선고가 어려워지자 2018년 5월과 6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구속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사건을 검토했다.
심리 과정에선 재판관 구성이 일부 달라졌다. 대법원 3부는 김재형·안철상·노정희·이흥구 대법관으로 구성됐지만,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이 회피 등의 사유로 심리에 관여하지 않아서다.
대법원은 “‘재판부 대법관 2인이 유고시에는 다음 재판부의 당해 순위 대법관 중 선순위 대법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한다’고 규정한 대법원 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에 따라 1부의 박정화 대법관이 참여했고, 박정화·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의 관여로 합의와 판결 선고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의 사건이 유죄 판결로 마무리되면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중에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파기환송심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