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내수시장 극복 위해 글로벌 시장 정조준
연구개발에 공격적 투자… 작년 매출의 19% 쏟아부어
신약 후보물질 지속적 발굴 및 개발… 라이선스 아웃, 기술이전 등도 노려
전통 제약사인 일동제약이 신약 개발을 승부처로 삼고 연구개발(R&D)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정부의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단속 강화로 내수시장이 정체되자 신약 개발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동제약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1056억원을 썼다. 이는 매출액 대비 19.3%에 달한다. 2019년 매출액 대비 11.1%에 해당하는 54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던 일동제약은 2020년(786억원)에 이어 지난해 역대 최대 R&D 비용을 쓴 것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연구개발비가 95% 늘었다.
일동제약은 신약개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조직도 재정비했다. 2016년 일동제약의 지주사로 탄생한 일동홀딩스는 2019년 신약개발 전문업체인 '아이디언스'와 임상약리 컨설팅회사인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계열사로 잇달아 편입하며 신약 개발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계열사인 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이 발굴한 다중 당중합효소(PARP) 저해 기전의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에 대한 임상을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등 간 질환 치료제 ▲고형암 치료제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안과 질환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11014’(물질명 IDG16177)와 NASH 치료제 ‘ID11903’이다. 두 파이프라인은 현재 글로벌 임상을 하고 있거나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준비 단계다. 특히 IDG16177은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갔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은 췌장 베타세포의 GPR40(G단백질결합수용체40)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일동제약은 상용화와 기술 수출에 유리한 요건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호주 등의 국가에서 해당 물질과 관련한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국에 대한 특허도 출원 중이다.
또한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을 위해 외부와의 파트너십이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으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도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B상과 3상을 분리해 임상을 진행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대 안암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24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시오노기제약은 일본에서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승인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일동제약의 먹는 치료제는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역할을 한다. 스텔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가격도 팍스로비드(80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의 후보물질이다 보니까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서 "현재 국내 임상이 순항 중이며, 일본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 국내 허가도 빨라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역대급 R&D 투자 비용을 들여 여러 파이프라인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전략을 썼다"면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임상의 질도 매우 높아졌다. 앞으로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