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씀바귀 등 줄기세포 배양기술 확보
기능성소재 시장 급성장…산업화 절실
소재 로열티 부담 줄여 역수출 기대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바이오 시장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소재는 다양한 제품군에서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바이오소재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17년 8월 발효된 ‘나고야의정서’ 직후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한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용 농생명 바이오소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자재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제품 수익에 대해 이익을 공유하게 돼 연간 약 5000억원 이상 추가 지출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종석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농업연구관은 “바이오소재 시장에서 국내 화장품, 제약회사 및 바이오소재회사들은 채산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 산업체에서 농촌진흥청의 바이오소재 개발 연구에 대한 수요가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세계는 특허전쟁…우리자원 경쟁력 충분
농진청에서 연구 개발 중인 바이오소재는 우리 농생명 자원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특허전쟁이 한창인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틈새전략을 꾀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바이오소재가 바로 쑥과 씀바귀다.
쑥과 씀바귀는 우리나라에서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원이다. 쑥의 경우 인진쑥(섬애쑥)은 유전적으로 보전이 잘 돼있다. 인진쑥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말라리아 치료제 중 가장 효과적인 혈액번식체 박멸제인 ‘아르테미시닌’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중국쑥에는 없다.
농진청은 이같은 아르테미시닌 성분을 배양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과 차별화된 특허전략에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국산 인진쑥과 중국쑥 구별을 할 수 있는 마커도 특허출원을 끝냈다.
씀바귀는 쑥보다 더 흔한 식물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주 보는 식물 중 하나다. 씀바귀의 소재 개발은 농진청과 전북대가 협업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결과 씀바귀 추출물인 크리소에리올에서 항암효과와 간기능개선을 최초로 밝혀냈다. 기업들은 이 소재로 구강청결제를 만들고 있다.
쑥과 씀바귀의 소재 활용은 국내 바이오소재 시장에서 단비와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글로벌 바이오소재 시장에 비해서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바이오소재 시장은 오는 2024년 34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에서 바이오소재 산업화와 국산화가 시급한 이유다. 더구나 특허출원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로열티 지불은 좋은 제품과 아이디어를 개발해도 고스란히 외국 소재 회사의 몫이 되기 일쑤다.
박 연구관은 “고부가 기능성소재에 대한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7.2%씩 성장하는 추세”라며 “국내 고유 농생명자원을 보유・연구하는 농진청 역할과 기여가 더울 중요시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바이오소재 강국이 되기 위한 첫걸음 ‘배양기술’
그동안 바이오소재생산을위한 식물세포 기내배양 연구는 많이 시도됐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세대 진전용 계대배양시, 기능성 성분이 사라지는 문제점으로 많은 연구들이 산업화에 실패했다.
이에 농진청에서는 식물세포중 미분화 형성층(cambium, 살아있는 세포층으로 이뤄진 부피생장이 일어나는 곳) 세포를 분리해 줄기세포로 배양했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 특유의 페록시다아제(peroxidase,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기질을 탈수소화시키는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 활성을 확인하고, 대량생산을 위한 계대배양과 세대진전 시에도 고부가 기능성소재를 지속적으로 생산, 강력한 활성을 확인·검정했다.
지난해에는 바이오소재 회사들의 강력한 연구 요구에 호응해 2건의 특허를 기술 이전하는 성과도 올렸다. 아르테미시닌 대량생산용 인진쑥 줄기세포 유래 뿌리 배양방법, 크이소에리올—7-O-글루코사이드 함랴이증진된 씀바귀 배발생 캘러스 배양방법 등이 그것이다.
산업체에 기술 이전 후 현재 1건(로즈마린산(항산화물질) 대량생산 들깨 줄기세포)은 3개 산업체 기술이전 협약완료 또는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개발은 생명공학 분야의 합성생물학 발전에 획기적 발판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고부가 기능성 약리 활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테르펜(Terpene, 생물체가 만들어내는 유기화학 물질 군 중에서 가장 큰 그룹의 하나)계 이차대사 바이오 소재를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해 기내에서 대량생산연구에 혈안이 돼 왔다.
하지만 테르펜계 물질들은 그 뛰어난 기능성 에도 불구하고 생합성 경로가 복잡하고 관련 합성효소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아 그동안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한 산업화가 어려웠다.
박 연구관은 “농진청은 테르펜계 물질이 풍부한 농생명자원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해 테르펜계 물질 생합성 효소 관련 신규 유전자 분리 및 기능 검정을 거쳐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음을 시도하고 있다”며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수요를 고려할 경우 향후 각 산업체별 맞춤형 연구를 통해 고부가기능성 대량생산기술 산업화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국내 소재시장 가능성 충분…선순환 과정 필요해”
우리나라 바이오소재 시장과 기술은 아직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인도, 중국, 남미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소재에 눈을 돌리는 것은 로열티가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재료에 대해서만 로열티를 지급했는데, 지금은 제품까지도 이익을 요구하는 추세다.
예들 들어 5만원짜리 재료를 수입해 50만원짜리 화장품을 개발할 경우 예전에는 5만원에 대한 로열티만 지불하면 됐는데, 이제 50만원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성청결제는 재료 특허권을 놓고 소송이 끊이지 않는 분야다. 농진청이 인진쑥 소재를 활용한 특허출원을 서두른 이유다. 그럼에도 국내 바이오소재 시장의 미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아직까지 국가기관에서 연구와 개발을 지속하고 업체들과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 연구관은 “농생명바이오는 고부가가치 산업임에 분명하다. 판교에서 용인까지 관련 업체만 3000여 곳이 존재한다”며 “중소업체들이 소재 개발과 연구를 병행하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다. 국가기관에서 연구・개발하고 업체에 기술이전하는 선순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로 많은 발전을 이룩한 농업생명공학 분야는 산업용 합성생물학 뿐만 아니라 유전자 폅집기술 연구도 활발히 도입되면서 최근 실용화 기대를 받고 있다는 부분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슈퍼컴퓨터 도입 및 활용과 더불어 최근 급속히 증가되는 빅데이터(대사체, 유전체 등) 양은 그동안 불가능했던 고부가 기능성 생합성 경로 구명이 가능해졌다.
박 연구관은 “줄기세포 배양을 합성생물학 원천기술 확보에 이용함으로써 앞으로 농촌진흥청이 세계적인 선도 연구소로 거듭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농업생명공학 분야 기술 산업화 접목 현상은 가속화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4월 21일 [新농사직썰㉜]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