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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이제 매력없다…이 박봉으로 언제 집 사나"


입력 2022.04.08 05:37 수정 2022.04.07 23:24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9급 경쟁률 29대1로 하락, 1992년 이후 가장 낮아…2030 직장선호도 '대기업' 1위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 168만원…2030 인구 감소·공무원 연금제도 개편·시험과목 변경 원인

尹당선인 '병사 월급 200만원' 언급도 영향…"9급 공무원 월급이 병장 보다 낮은 게 현실이냐"

전문가 "과도한 공무원 쏠림 현상 지양, 꼭 나쁜 것만은 아냐…사회·경제에 역동성 측면서 긍정적"

집값을 비롯한 치솟는 물가에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뉴시스

서울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2년 넘게 준비하던 9급 공무원 시험을 접었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직업을 찾고 싶었지만, 최근 무섭게 치솟는 집값을 보면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월급 200만원을 받아 언제 집을 살 수 있을 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한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기업에 취직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데 이어 2030세대의 직장 선호도에서도 대기업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취준생들 사이에선 '공무원 메리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5672명 선발에 16만5524명이 지원해 29대 1을 기록해 1992년(19.3대 1) 이후 처음으로 30대 1 아래로 내려갔다. 9급 경쟁률은 2011년 93.1대 1을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사회적 분위기와 경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해왔다. 1990년대 중반까지 40대 1 수준을 유지하다가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80대 1까지 뛰었다. 2000년대 들어서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2011년에 정점을 찍었다.


최근 경쟁률 하락은 2030세대 인구 감소와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시대변화에 따른 인식 전환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혁신처는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과 시험과목 변경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일반직 9급 공무원 1호봉의 봉급은 168만원으로 집계됐다. ⓒ데일리안
'연금 메리트' 떨어지고 '최저시급 비교 대상' 굴욕


서울시가 '2021 서울서베이'를 활용해 서울에 거주하는 2030세대의 삶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절반 가량의 월평균 소득이 200만∼300만원으로 9급 공무원 수준을 넘어섰다. 30대 남성의 경우 약 40%가 월평균 250만∼350만원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올해 일반직 9급 공무원 1호봉의 봉급(월지급액)은 168만6500원에 불과하다. 이는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금액이지만, '최저임금 알바생'과 비교 대상이 되는 등 공무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공무원 연금 제도가 바뀌면서 2016년 이후 입직한 공무원은 '연금 메리트'까지 줄어들었다. 인사처 관계자는 "2030세대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연금제도도 예전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국방부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취준생 카페 게시판 등에는 "9급 공무원 월급이 병장 보다 낮은 게 현실이냐", "시험 떨어지면 재입대하면 되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철밥통'이란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18~35세 공무원 가운데 5961명이 사표를 썼다. 이는 3년 전인 2017년(4375명)에 비해 1586명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5년 이하 재직 중 퇴직한 공무원은 2020년 9968명으로 전체 4만7319명 가운데 21%를 차지했다.


확실한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지만, 제2의 길을 찾아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젊은 공무원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공직사회에선 후배들이 낸 사표에 '이 월급으로 언제 집 사냐'는 글이 쓰여 있었다는 말이 한때 회자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1980~2000년생 공무원 1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58.6%에 달했다. 주니어 공무원 10명 중 6명은 책상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 "나쁜 현상만은 아냐…안정 보다 창의·혁신으로 가야"


젊은 층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13~34세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이었다. 공무원이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006년 이후 15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과도한 공무원 쏠림이 풀리는 것으로, 사회·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유능한 인재들이 패기와 도전정신으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많이 만들어야 되는데, 공직으로만 간다면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며 "공무원 조직도 능력과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 높은 조직으로 변한다면 추세는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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