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2월까지 독자적 주택가격지수 개발…시에 한정해 주택시장 세밀하게 분석 취지
실거래가 기반 서울형 지수 만들어 주택정책 수립…기본 부동산 통계와 '차별점 없다' 비판
호가 완전 배제한 통계지표 '시장 부작용' 우려…'통계가 문제' 진단으로 시장 왜곡
전문가 "거래 발생하지 않는 지역 집값 누락돼 깜깜이 우려…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서울시가 주택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산출한 '서울형 주택가격지수' 개발에 나선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널뛰는 호가에 취약한 기존 부동산 통계의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자칫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반(反)시장 행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12월까지 서울형 주택가격지수 개발·공표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한정해 주택시장을 더 세밀히 분석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주택가격지수를 개발한다는 취지다.
현재 부동산 통계 작성 기관으로는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이 있지만, 실제 거래된 가격인 실거래가뿐만 아니라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를 반영해 통계를 낸다는 점이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또 통계 표본이 협소하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시내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단독주택 등을 포함해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서울형 지수를 만들어 주택 정책을 수립하는 근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자치구별, 아파트 연한별, 아파트 면적별 등으로 세분화된 자료도 산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안팎에선 서울형 주택가격지수가 기존 부동산 통계와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과욕이 부른 '일단 만들고 보자'식의 행정낭비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 실거래가는 서울시가 별도 운영 중인 '서울 부동산 정보 광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는 부동산114와 네이버, KB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등의 거래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실거래지수 있는데 '서울형지수?'…행정낭비 우려
실거래가 기반의 '독자적 지수'라는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한국부동산원에서는 이미 '실거래가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부동산원이 산출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실제 거래된 사례만을 반영한 지표다. '서울형지수'가 개발될 경우 중복행정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호가를 완전히 배제한 통계를 지표로 삼을 경우 나타날 시장 부작용도 우려된다.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가 집값 산출에 거품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시장에선 '최고가 ≦ 호가'라는 등식이 통용되고 있다. 관련 통계 역시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최근 집값 급등현상은 '투기 수요가 문제'라는 정부의 인식에 따른 수요 억제 정책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번엔 '통계가 문제'라는 잘못된 진단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또 다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상황에 맞는 통계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정확한 집값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펴야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판단해서 정책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거래가로 통계를 내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의 집값이 누락돼 깜깜이가 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예측 불가능한 통계의 부작용은 시장이 지게 된다. 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