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에 LTV 조정 검토 주문
정책 실효·금리 리스크 '숙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적인 대출 규제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를 공식화했다. 최근 가계대출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함께 손을 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들에게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며 LTV 완화 방침 검토를 주문했다.
이런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행보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LTV를 전체적으로 70%로 상향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에는 80%로 올려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LTV는 규제지역 여부, 집값, 주택 보유 여부 등에 따라 20~70%로 운영 중이다.
금융시장의 환경도 나쁘지 않다.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던 가계대출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4~5%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해 둔 상태다. 이러한 목표에 따른 월간 대출액 증가 상한은 7조원 가량이지만, 올해 들어 가계 대출 규모는 오히려 감소세다.
문제는 DSR이다. LTV는 집값을 기준으로, DSR은 소득에 비례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이다. LTV가 아무리 높아져도 DSR의 소득 기준에 묶이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총 대출 규모가 2억원을 넘는 차주에게 개인별 DSR 규제를 적용하고, 연간 원리금 합계가 소득의 40%를 초과하면 신규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대출액 합산 1억원이 넘는 차주까지 이 같은 DSR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결국 LTV를 아무리 높이더라도 DSR이 그대로라면 실질적인 대출 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 역시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선별적으로 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에 참여 중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금융 3대 리스크 새 정부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경제활동 기간이 많이 남은 사람은 벌어서 갚도록 하고, 경제활동이 적은 나이 드신 분들은 DSR을 조이는 방식으로 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6억원에 묶여 있는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한도를 10억원 이상으로 크게 늘리는 대안도 거론된다. 청년과 신혼부부, 최초생애 주택 구매자 등의 수요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어서다.
DSR보다 큰 걸림돌은 향후 가계부채에 미칠 여파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꿈틀댈 수 있어서다. 특히 금리가 인상 국면으로 접어든 현실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대를 회복한데 이어 올해 1월에도 추가 인상이 단행되며 1.25%까지 올라섰다. 한은은 올해도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 대출이 더 불어나면 차주는 물론 금융시장의 부담도 같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은의 추산에 따르면 금리가 0.25%p 오를 때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연간 3조2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분 0.75%p에 따라 단순 계산하면, 가계의 총 이자 부담 규모는 이미 9조6000억원이나 증가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완화 기조가 무리한 가계부채 증대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총량 관리 대신 차주별, 금융사별 리스크에 따라 한도를 세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