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솔루션 고객 정보…“신사업 등에 활용 가능”
점유율 확보로 수수료 수익 기대…해외 진출 기반 마련
두나무 산하 람다256과 빗썸, 코인원, 코빗의 합작사 코드가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것과 관련해 그 원인이 업체들의 이권다툼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의 화합보다는 미래의 이익을 위해 각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다보니 솔루션 연동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람다256과 코드가 트래블룰 솔루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향후 시장에서 이권을 챙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래블룰 솔루션 제공을 통해 매출 다각화는 물론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사업 구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코드와 람다256 모두 이같은 이점을 보고 솔루션 개발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하다 보니 4자 협의체가 무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트래블룰 솔루션 주도권을 확보하면 향후 다양한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높은 점유율에 비례한 막대한 수수료 수익부터 트래블룰 솔루션 이용자들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트래블룰 솔루션 서비스가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의 수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수수료 책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되면 이점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솔루션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의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독과점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다른 분야의 플랫폼 사업자들의 횡포가 트래블룰 솔루션 시장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래블룰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거래 이력 정보 등을 금융권의 ‘마이 데이터’처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사들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종 기관과 기업에 분산돼 있는 금융정보를 한 데 모은 것을 뜻한다. 현재 금융사들은 이를 활용해 대출 상품 등을 추천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보력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 트래블룰 솔루션 주도권 확보의 가장 큰 이점”이라며 “가상자산의 이동을 파악해 트렌드를 읽고 선제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솔루션 제공 과정에서 고객의 정보를 취급하게 되기 때문에 마케팅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트래블룰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시장 기반 마련 측면에서도 주도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람다256과 코드가 자신들의 솔루션이 갖는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던 것도 이를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트래블룰 솔루션 주도권을 확보하면 이를 근거로 해외에서 영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코드와 람다256이 서로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던 것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 마련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AML)을 위해 거래소간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가 파악되도록 한다는 국제 기준이다. 국내 사업자 신고를 마친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트래블룰 솔루션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된다.
지난 25일이 트래블룰 의무 도입 마감 기한이었지만 솔루션 제공업체인 람다256과 코드가 연동을 놓고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다음달 24일로 유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