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80%・마통 한도 최대 3억
5대 은행, 이달 대출 잔액 6441억↓
LTV상향・DSR규제 완화 명분 커져
지난해 대대적으로 대출을 옥죄었던 시중은행들이 올해는 앞다퉈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자산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가계대출 규모가 지속 감소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명분을 상실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출규제 완화‘ 공약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 5대 은행 “제발 돈 좀 빌려가세요”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복원하며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의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달 4일부터 신용대출상품 통장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상품에 따라 8000만∼3억원까지 늘린다. 이는 지난해 1월 29일 모든 마통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지 약 1년 2개월만의 상향 조정이다.
신한은행도 마통과 일반 신용대출 한도 복원을 검토해 곧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마통과 신용대출 한도를 이미 증액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마통 대출 한도는 전문직 대상은 최대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 대상은1억원이다. 하나은행도 마통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상향 조절했다.
전세대출 문턱도 낮아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전세대출 한도도 전셋값의 80%이내로 확대했다. 기존에서 전세가 오른만큼만 빌려주었으나, 대출액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전세대출 신청 일자도 임대차계약 잔금지급일 이후에도 가능토록 변경했다. 우리, 신한, 하나, 농협은행이 이를 적용했으며 국민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완화된 전세대출 정책을 시행한다.
우대금리 혜택도 쏟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5월 말까지 연 0.2%p의 신규 대출 특별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국민은행도 내달 6일까지 주담대 금리를 0.1~0.2%p 낮췄던 조치를 재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5%p 올렸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의 인터넷 은행도 우대금리를 통한 대출금리 낮추기에 돌입했다.
◆ 5년만의 대출 역성장...DSR만 남았다
은행권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가계대출 감소세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6조293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6441억원 감소했다. 지난 1월(-1조3634억원), 2월(-1조7522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정확한 수치는 이달 말 잔액까지 포함돼야 알겠지만 가계대출 감소세가 3개월 연속 이어지는 것은 5년만의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험 수위로 급증하던 가계대출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는 9년만에 연 4%대를 넘어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17%로 전년 동월 대비 1.37%p나 뛰었다. 같은기간 신용대출 금리도 연 3.1%에서 연 4.3%까지 치솟았다. DSR 규제 강화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분기별 총량 점검도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올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4~5%대이지만, 5대 은행 증가율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금융권의 시선은 차기 정부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포함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폐지, 담보인정비율(LTV) 상향 등의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행업계에서는 개인별 DSR 규제가 유지된 채 LTV를 완화하면 대출 한도 증액 효과가 고소득자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결국 DSR 규제 완화도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기대감이다. 금융당국도 지난해와 달라진 자산시장 기류나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근거해 대출 규제 일부를 풀어도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단 1862조원의 가계부채는 대출 규제 완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 규제 완화가 겨우 잠재워놓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6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도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출규제 최종 방안은 인수위내 부동산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TF 킥오프 회의는 오는 3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