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슈퍼 면역자는 없다…두 달간 재감염 129명 '방심 금물'


입력 2022.03.25 05:36 수정 2022.03.24 23:59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2년 간 재감염자 290명 중 129명이 최근 두 달 사례…전체 재감염 절반 차지

확진일부터 45일 이전에는 PCR 양성 나와도 '감염 미인정'…기존 바이러스 남은 것

재감염자 "짧은 시간에 재감염된 사례 너무 많아…안 걸린 사람이 슈퍼 면역자"

전문가 "델타 감염, 오미크론 감염 확률도 높아…백신 접종만큼의 효과, 재감염 이상한 일 아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한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 어울림마당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이후 코로나19에 재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번 걸린 사람들을 '슈퍼 항체'를 가졌다거나 '슈퍼 면역자'로 부르지만 사실상 '슈퍼 면역자'는 없다는 걸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한 번 확진됐던 사람을 슈퍼 면역자라고 맹신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을 회피하는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 출현할 것인 만큼 앞으로도 재감염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확진자 가운데 290명이 재감염 추정 사례로 분류됐다. 시기에 따라 구분하면 △델타 변이 우세기 이전(2020년 2월~2021년 6월) 2건 △델타 우세기(2021년7~12월) 159명 △오미크론 우세기(2022년 1월 이후) 129명으로 나뉜다. 즉 최근 두 달 반 동안 발생한 재감염자가 2년여간 전체 재감염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미국 영국 등 해외 기준을 적용해 최초 확진일로부터 90일 이후 PCR검사 결과 양성인 사람과, 최초 확진일부터 45~89일 됐고 PCR검사 결과가 양성이면서 유증상이거나 확진자 노출력(또는 해외여행력)이 있는 사람을 재감염자로 판단한다. 확진일로부터 45일 이전에는 양성이 나와도 재감염이 아니라 기존 감염 바이러스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델타 바이러스가 우세종이던 지난해 10월 확진됐던 30대 김모씨는 "첫 확진 당시 고열도 심했으며 가슴 통증으로 입원까지 했다"며 "5개월이 흐르고 이번주 목이 칼칼한 증상 및 두통, 인후통 증상으로 검사를 받았는데 재감염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델타를 앓을 당시 심하게 앓았기도 했고, 설마 재감염이 일어날까 생각했다"며 "한 번이라도 걸렸다고 해서 슈퍼 항체자나 면역자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이 슈퍼 항체를 가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 확진됐던 A(32)씨는 "오늘 다시 보건소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첫 감염 때는 피로감, 두통, 목이 얼얼한 증상이 있었지만 주변 전파 이력은 없었다"며 "지금은 심한 인후통과 몸살 기침, 가래로 고생중이다. 30분 정도 대화를 나눈 친언니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첫 확진 판정 후 이제 겨우 45일이 넘었기에 당연히 안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시 감염되고, 증상도 심하다. '한번 걸렸다고 안전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소년 중에서도 재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확진됐던 유모(12)양은 "이번 달 다시 감염됐다"며 "델타 감염 당시는 기침 증상, 지금 오미크론은 인후통 증상이 있다"며 "같은 바이러스끼리는 재감염이 잘 없다고 하지만 스텔스 오미크론이라던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감염이 우려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번 걸리면 안 걸린다는 방심이나 방역 소홀로 재감염률이 높아지면서 전파도 더 많이 되는 것 같아 염려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1월 확진된 후 이번 달 재감염된 중학생 B(14)양의 엄마는 "짧은 시간에 재감염된 사례가 너무 많다"며 "45~90일 이전에는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 변이가 생길 때마다 여러 번 걸린다는 사실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월 확진됐던 초등학생 C양도 며칠 전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C양은 "두 번째 확진임에도 기침 가래 인후통, 가슴 답답함, 두통이 있다"며 "변이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니 또 걸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가 1000만명을 돌파한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 어울림마당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델타에 감염된 사람은 오미크론에 감염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우리가 감염되면 소위 자연 면역이 되는 건데 내가 얻은 자연 면역보다 더 센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감염이 되는 것"이라며 "델타에 감염된 사람은 오미크론에 감염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재감염 가능성이 있고,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이 다시 오미크론에 감염될 확률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슈퍼 면역자라고 맹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러면 안 된다"며 "기존 감염자는 백신을 맞은 것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인데, 백신을 맞은 사람도 돌파감염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후에 생기는 면역력이 영구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형성된 면역을 회피하는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 출현할 것인 만큼 앞으로도 코로나19에 다시 걸린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매년 인구의 10%~20%인 500~1000만명 정도를 감염시키는 질환으로 코로나19가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정채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