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80% 급감…'박스권' 원인 지목
작년 실적잔치 벌이던 증권사도 '울상'
국내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하락을 거듭하며 10조원을 밑돌고 있다. 동학개미 운동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하루거래 대금이 40조원이 달하던 때와 비교하면 '반에 반토막' 난 수준이다.
이는 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위험 등 악재가 겹친 증시에 활력이 떨어지고 다시 일어설 체력 자체가 부족해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반등하기 위해선 거래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등 또 다른 동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2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대금은 5조699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 21일 8조6938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이틀 연속 10조원을 밑돌았다.
지난해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1월 11일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44조4338억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80% 넘게 급감한 수준이다. 증권시장에선 "이제 코스피가 가상자산 하루 거래금액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국내 24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금액은 11조3000억원이었다. 3월 들어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이에 못 미친 날이 절반에 가까운 6거래일이었다.
통상 코스피 거래대금은 지수와 정비례 관계로 연동돼 움직인다. 올해 초만 해도 하루 거래 대금은 15조원대였는데, 미국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맞물리면서 증시가 하락장에 들어서자 감소 추세를 보였다.
가상자산에도 밀려 '자존심 구긴' 코스피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반등 기회를 잡기 위해선 거래대금 증가를 비롯한 '기초 체력'이 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무엇보다 거래가 늘지 않아 반등을 확증하기 어렵다"면서 "상승 동력을 찾으려면 올해 들어 주가를 끌어내린 긴축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어야 할 것인데, 당분간 상하단을 돌파할 트리거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회복세 자체는 미미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 감소세가 멈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증시 거래대금은 지금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거래대금 증가로 실적잔치를 벌인 증권사들도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지난해 증권업계의 순이익이 54% 급증해 9조원을 돌파하는 '역대급' 기록을 썼지만, 올해에는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로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와 지속적인 금리 상승으로 올해 증권사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며 "대형사 기준으로 분기당 2000억원에 육박하는 어닝 파워는 유지되겠지만 추가 증가 여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여건이 악화되면서 개인자금의 신규유입이 억제되고 활동성도 둔화되는 모습이 연초 후 심화되고 있다"며 "증시 거래대금 감소와 변동성 확대, 금리 상승 등을 감안하면 1분기 증권사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