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25일 함영주 회장 선임 진행
KB, 노조추천이사제...우리·신한, 재선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이번주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금융지주사별로 신임 회장,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들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정권 교체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경영진 교체 등 변화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5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각각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4대 금융지주사 주총 중 초미의 관심사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회장직 선임이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초 차기 회장으로 함 부회장을 단독 추천한 가운데 이날 회장 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012년부터 하나금융을 이끌어 온 김정태 회장의 퇴임이 결정되며, 10년만에 그룹 CEO교체를 앞둔 상황이다.
하지만 함 부회장의 법률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회장 선임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 부회장은 지난 14일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징계 취소소송에서 예상을 뒤엎고 패소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DLF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에 중징계인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함 부회장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비슷한 사안으로 징계 취소소송을 냈고, 최근 무죄 판결을 받았기에 함 부회장의 승소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함 부회장에 대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및 준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금융당국쪽에 손을 들어줬다. 회장 문책경고를 받으면 최대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물론 함 부회장 측이 중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기 때문에 실제 회장직을 수행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사법리스크가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별개로 함 부회장은 채용관련 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투자자들에 같은 이유로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ISS의 반대가 주총 안건 통과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중론이다. 실제 ISS는 지난해에도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이사진 연임 안건에 법률리스크로 반대의견을 표했으나, 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KB금융 주총의 뜨거운 감자는 민간금융사 최초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여부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규 사외아 후보로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와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등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재홍 후보는 사측에서 추천했으며, 김영수 후보는 KB금융 노조 측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선정했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네차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왔으나 주주 반대에 부딧혀 번번히 불발됐다. 그러나 지난 1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KB금융에서도 첫 민간 금융사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한과 우리금융의 주요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신한금융은 12명의 사외이사 중 8명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중 9년의 임기를 채운 최경록 이사가 올해 3월 주총을 끝으로 퇴임하며, 이윤재·박안순·변양호·성재호·윤재원·진현덕·허용학 등 사외이사 7명이 재선임 될 에정이다.
최경록 이사를 대신할 신임 사외이사로는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가 뽑혔다. 이번 김조설 사외이사 합류로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기존 윤재원 사외이사를 포함해 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후 성 다양성 제고를 위한 첫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한다.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 기존 노성태·박상용·장동우·정찬형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과 이원덕 차기 우리은행장을 지주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한편 BNK금융, DGB금융, J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도 오는 주총에서 신임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다룬다. BNK와 DGB금융은 각각 오는 25일 주총을 진행한다. JB금융은 30일 진행한다. 금융지주사의 여성 사외이사 영입은 새로운 자본시장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오는 8월부터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