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도입' 놓고 의견 엇갈려
마감일 18일…지방선거 차질 우려 확대
민주 "다당제로 갈 수 있는 효과적 방법"
국힘 "인구 소멸 지역 지역구 통합 우려"
여야가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합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방선거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방안에 대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의원들이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놓고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광역의원의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기존 4대 1에서 3대 1로 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촉발됐다. 헌재 판결에 따라 광역의원 정수를 조정하면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의원 수가 늘어나고 소멸지역에선 지역구 통합으로 의원 수가 줄어들게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다. 현재 국내 공직 선거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최다 득표자 1명만 선출하는 방식이다. 기초의원 선거는 다르다. 현재 기초의원 선거는 득표수에 따라 2~4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상 기초의원이 4인 이상인 선거구는 광역의회의 판단으로 2인 이상 선거구로 쪼갤 수 있다. 광역의회가 3~4인 선거구 1개를 2인 선거구 2개로 쪼개면 거대 양당 소속 후보가 기초의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은 이 규정이 제3정당의 의회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유지하되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다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선 기간 동안 민주당이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져가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개정안의 핵심은 현행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2인 이상 4인 이하'로 돼 있는 기초의원 정수를 '3인 또는 4인'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지역 선거구 분할 조항을 삭제하자는 주장도 강력하게 밀고 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선거구에서 3인의 기초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해 양당 독점 체제를 깨자는 것이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국민의힘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기초로 다당제 정치개혁의 국민적 열망을 수용할 것을 촉구드린다"며 "이번 개혁이 성공하면 일부 지역에서 기초의원 선거구가 광역의원과 같아져 비용 증가와 인원 증감 요인이 적은 상태에서 다당제로 갈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광역의원 정수를 조정하면 수도권 등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지역에서는 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반면, 인구가 줄어가는 지방에선 지역구 통합이 불가피해져 지방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우려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광역의원 총 정수 조정 범위를 현행법상 14%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또 인구가 3만명 이상인 자치구·시·군의 시·도의원 정수를 최소 2명으로 조정하는 안도 함께 주장하고 있다. 광역의원 정수를 늘리고, 인구가 적은 지방에도 최소 2명의 정수를 보장해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지방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기초의회를 중·대선거구제로 하면 기초의원 선거구가 광역의원 선거구와 같아져 기초의원의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며 "다당제는 국회의원 선거 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76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는 국회에 오는 18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0대 대통령 선거운동으로 선거구 논의를 뒤로 미루면서 법정시한이었던 지난해 12월 1일을 넘기자, 이를 연장해 준 것이다.
합의가 지연되면서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을 경우 일부 지역에서 인구수 변동이 나타나면서 선거구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충남 서천과 금산은 인구 감소로 인해 각각 2개 선거구에서 1개 선거구로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의원은 "광역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은 이 사안과 전혀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라며 "시한을 초과하면 지방의회 선거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들께서 제1소위에서 의견 접견안을 기초로 한 처리 방침을 조속히 정리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