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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패러다임 변화…증권사, 뒷짐 풀고 '리포트 정례화'


입력 2022.03.17 11:25 수정 2022.03.17 11:27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KB증권, 가상자산·블록체인 생태계 분석

'투기수단'에서 '투자대상'으로 전환점 시사

홍콩 비트코인 ATM 옆에 전시돼있는 비트코인.ⓒAP/뉴시스

주요 증권사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하는 등 금융투자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도박에 가깝다'며 외면하던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장 분석과 함께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전날 '다이아 KB' 1호 보고서를 시작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과 NFT(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토큰),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생태계 등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정기 발간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가상자산 관련 리포트를 정례화한 것은 상징하는 의미가 남다르다. 가상화폐를 투기수단 정도로 치부하고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던 분위기가 전환점을 맞은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증권시장에선 가상자산 시장을 관망해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공식 리포트가 나온 것도 비트코인 열풍이 불던 2017년이 처음이었다. 당시 시장에선 첫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를 향해 "관심 받으려고 애쓴다"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업계 최초로 가상화폐를 전담하는 연구원을 정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고,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도 시장 분석에 뛰어들었다.


특히 올해 윤석열 정부 출범과 맞물려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증권사들도 본격적으로 산업 진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시장 사업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시장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최근 가상자산 법인 설립 움직임에 나서며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증권형토큰(STO) 등 디지털자산 서비스 개발과 기획·운영·전략 분야 경력직 채용도 진행 중이다.


증권사들은 직접 가상자산 거래에 뛰어들기 보단 보관과 세금 처리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자산 수탁업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탁업은 고객과 자금 출처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STO 개발·운영 업무를 담당할 인재 모집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KB증권과 SK증권도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 신규 진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블록체인 업체인 두나무 지분 6.14%를 인수하며 진출로 닦기에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증권사 신규 수익원…밸류에이션 확장 견인"


가상자산의 제도권 시장 진입은 이제 첫발을 뗀 수준이다. 당장 법적 지위부터 모호한 상태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020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 등을 '가상자산'으로 정의했다. 경제적 가치가 있고, 거래가 가능한 무형의 자산이라고 본 것이다.


다만 '금융'이라는 지위는 부여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소득이 발생한 경우 이를 '기타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기타소득은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 아닌 복권 당첨금처럼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통칭한다. 주식으로 얻은 소득을 금융소득으로 분류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을 일종의 '도박장'으로 보고 거래중지까지 검토하던 정부는 내년부터 거래에 과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달라진 시장의 흐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에선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가상자산 투자수익에 대해 5000만원까지 비과세를 추진하고, 시장의 기본 규칙을 정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가상자산 공개(ICO) 합법화와 거래소발행(IEO)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 사업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며 "가상자산 사업이 제도권 내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중장기적으로 증권사의 신규 수익원 중 하나로써 구조적 성장 및 밸류에이션 확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상자산은 일시적인 인기몰이에 그치지 않고 성장성과 투자의 대상으로 관련 생태계의 확장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블록체인으로 자본 유입과 탈중앙화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등 규제대상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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