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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㉘] 증류주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비결은 ‘양조기술’


입력 2022.03.17 06:30 수정 2022.03.16 22:53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한계극복하고 현장중심 연구 성과

국내 농산물 소비로 농가이익은 ‘덤’

양조기술로 미래농업 이끈다


그동안 막걸리 중심으로 성장해 온 전통주 시장이 증류주를 만나면서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농촌진흥청 양조기술 연구가 지역 특산주에 영향을 미치면서 증류주가 고급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다들 우리나라 술하면 뭐가 생각날까. 당연히 막걸리가 가장 많겠지. 막걸리는 한식과 더불어 우리 전통주로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쳤어. 그런데 지금은 막걸리뿐만 아닌 다양한 전통주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 지난 2010년 전통주산업진흥법이 공포된 이후 막걸리, 약주, 과실주 등이 등장하면서 전통주 시장은 외연과 함께 내실도 다지고 있어. 최근에는 높은 도수의 술이라고 인식됐던 증류주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어. 농촌진흥청에서는 꾸준히 전통주 개발로 농가소득과 발효식품 산업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지. 이제 우리나라 전통주도 세계에서 사랑받는 주류가 되지 않을까.”


전통주가 국민 관심과 사랑을 받은지 20여년이 되어간다. 냉전시대 이후 전 세계 관심 속에 88올림픽을 준비했던 우리나라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술이라 내세울 것이 마땅히 없던 때에 민속주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술들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있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고 한식 우수성을 바탕으로 막걸리 붐이 일어나면서 해외에서는 조금씩 우리나라 술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술을 마시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늘어나는 등 이른바 ‘전통주 전성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2010년 전통주산업진흥법은 전통주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법 시행 이후 막걸리, 약주, 과실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들이 지금까지 국민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높은 도수의 술이라고 인식됐던 증류주 소비까지 늘어나는 나비효과도 불러오고 있다.


증류주는 부가가치가 높다. 유통기한이 없기 때문에 국내 양조장에서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는 곳이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와는 달리 알코올 도수도 다양해 져서 남녀를 불문하고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젊은 연령층 소비자들은 희석식 소주보다 증류식 소주 선호도가 높다.코로나 팬데믹 이후 혼술・홈술 유행이 확산된 것도 전통주 소비에 긍정적인 측면이다.


강희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농업연구사는 “나를 위해 마시는 술이 고급화 돼가고 있다. 소비 주류패턴이 고급화되면서 증류주 소비시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기존 막걸리와 같은 발효주 위주 생산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증류주 생산기술 한계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한 양조기술을 현장중심 기술로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농업연구사가 전통주용 효모와 생쌀발효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현장접목연구사업, 농가소득과 발효산업화 ‘두 토끼’ 잡았다


현재 국내 소주 소비는 출고액 기준으로 주류시장의 약 42%를 차지해 맥주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 전통 증류식 소주는 국산 쌀을 주원료로 생산해 우리 농산물 소비와 농가 소득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양조업체 규모 영세성과 원료곡의 생산원가가 높아 고비용·고가격 구조 생산 여건으로 상품화 및 산업화 진전이 미흡한 실정이다.


강 연구사는 “지역농산물을 양조원료로 사용하도록 양조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소비자 인식도 제고, 규모화와 홍보강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농촌진흥청 고품질 증류식 소주 제조기술 및 제조공법 서비스를 보급함으로써 증류주 이취를 감소시키고 독특한 향을 갖는 고품질 증류주 생산으로 지역 농산물 이용가치를 증가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다양한 허브식물을 이용한 숙성증류주 시장을 확대해 해외 수입주류에 대응하는 제품 생산 및 소비로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게 강 연구사의 설명이다. 이는 양조업체 생산원가 절감 및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으로 제품 부가가치 향상과 농산물 소비 활성화로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질수 있다.


더 나아가 전통 증류소주가 대중화돼 희석식 소주 시장의 10%를 대체할 경우 약 3만6000t 쌀 소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창업과 관련한 발효기기 공유프로그램과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양조제품 개발 등 농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또 지역농산물 소비 확대와 농가 소득 증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고급 증류주 시장에서 전통주 경쟁력을 높이고 제품 다양화를 통한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이같은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농진청이 추진하는 ‘현장접목연구사업’ 성과다. 현장접목연구사업은 농진청이 개발한 ‘국산 증류주 상품화 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고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자 기술지원 컨설팅, 제조기술 현대화, 제품 고품질화 유도 등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시범사업이다.


다양한 고품질 증류소주 산업화를 위해 획일화된 제조 방법을 경제적으로 바꾸고, 소규모 양조업체가 가진 증류기를 활용해 고품질 증류소주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개선했다. 생쌀발효와 N9효모를 적용하고 숙성기술 등 연구결과를 확산할 수 있도록 현장 적용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강 연구사는 “쌀을 주원료로 발효해 증류한 후에 다양한 식물로 숙성을 유도함으로써 누룩취 등 품질을 떨어뜨리는 향기성분을 제거하고 기호도가 좋은 방향 성분으로 증류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보급코자 했다”며 "개발기술 적용 대상으로는 증류주 원주 품질 향상을 원하는 제품으로서 곡물 발효 증류원액(50% 이하)에 허브식물을 침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침출 숙성 단계에서는 공기와 차단해 알코올 산화를 방지했다”며 “이러한 기술은 통상 증류주에서 문제가 되는 향미저하를 개선하도록 부원료를 활용해 증류주 제품 생산에 용이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농진청은 현재 경기 여주 2개소와 용인, 강원 원주, 충북 청주, 경북 문경, 전북 남원 등 7개소 전통주 농산업체를 대상으로 증류주 생산 제조 방법을 전수하고 원료별 증류주 제조 방법을 적용해 지역 특색이 담긴 전통 증류소주를 개발 중이다.


맛과 향 등 다양해진 국내 증류주는 막걸리로 인식되던 전통주 시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20~30대 여성을 잡아라…다양해진 젊은층 주류 패턴


국내 전통주 시장이 막걸리에서 벗어나 다양해지면서 연령대별 주류 소비패턴도 변화를 맞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소주와 맥주 이외에 다양한 맛과 향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전통주도 인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7년 조사한 전통주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상에서전통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증류주에 대한 소비가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주는 그동안 온라인 판매가 금지됐는데, 2017년 7월부터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관심이 급증했다.


SNS분석결과 과거에는 설, 추석 등 명절기간에관심이 높았지만 2017년 7월 온라인 판매 허용이후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관심과 선호가 매우 빠르게 증가되는 추세로 전환됐다. 특히 연말 방송프로그램에서 전통주를 선물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전통주 검색건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명절뿐 아니라 일상에서 다양하게 즐기고있다. 강남, 홍대, 이태원 등 20·30대가자주 찾는 장소에서 전통주를 즐기고 소비하는 것으로분석됐다.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통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세련된 주점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농식품부 해석이다.


온라인 판매지수를 비교했을때 30·40대 구매비중이높았다. 20·30대에선 여성이 남성보다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에서 운영 중인 전통주 갤러리 또한 방문객 중 20・30대 여성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돼 최근 젊은여성층이 소주․맥주 이외에 다양한 술맛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유형을 보면 전통주 중 증류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2016~2017년 하반기 판매건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소비자 관심이높은 증류식 소주, 일반증류주가 다른 주류에 비해 판매건수가크게 증가한 것만 봐도 주류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농식품부는 무형문화재나 명인이 만든 전통소주가 프리미엄 이미지를형성하고 일부 규모가 큰 업체가 증류식소주의 대중화를 선도하면서 증류주 소비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강 연구사는 앞으로도 증류주 양조기술을 농가에 보급해 발효산업을 미래농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배군득 기자

◆농진청의 끊임 없는 양조기술 연구…그 노하우로 미래농업 이끌다


증류주는 발효주 대비 부가가치가 높다. 유통기간이 길어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고급화 기술 개발이 시급한 분야다. 특히 증류주는 발효주에 비해 부가가치 5배 향상과 유통기간에 제한이 없다.


최근 소비 주류 패턴이 고급화, 고품질화 주종으로 변화하면서 발효주에서 증류주로 소비시장 변화하고 있지만, 장치산업으로서 발효주를 증류와 숙성과정을 거쳐 생산하기 때문에 기술 노하우가 부족한 양조장에 현장접목 기술지원이 필요하다.


농진청은 지역농산물 이용 발효주 및 증류식 소주 제조기술개발을 위해 ▲주류 원료 다양화 연구 ▲우리술 품질 모니터링 및 증류주 제조 ▲숙성에 관한 연구 ▲효모와 누룩균 조합에 따른 증류식 소주 품질변화 연구 ▲제조공정 개선을 통한 향기 증진 및 기호도 개선 연구 결과들을 현장에 보급해 왔다.


또한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대중적 전통 증류소주 생산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양조업체의 지역농산물 계약재배를 유도하고 원료 전처리 과정 단순화와 경제적 생산 기술을 보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발효효율이 우수한 소주용 효모를 분리해 특허권을 확보하고 작업 편이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생쌀 발효법을 활용한 전통 증류소주 제조 기술, 전통 소주 전용 효모인 N9 효모를 국내에서 수집한 지역 누룩에서 분리한 후 알코올 내성, 당분 소비율, 관능적 특성 등을 적용한 것도 농진청 성과로 꼽힌다.


강 연구사는 “생쌀 발효법의 전통 증류소주 제조 방법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명절 선물용으로 주로 소비되던 전통 소주를 더 저렴하고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양조발효 기술 현장 보급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4일 [新농사직썰㉙]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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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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