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위니아, 홍원식 회장과 협약 해제 공시
남양, 매각 작업 새국면…‘진퇴양난’에 빠져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점임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경영권 매각을 염두에 뒀던 대유홀딩스와의 조건부 계약이 해지되면서다.
홍원식 회장이 내세운 마지막 카드마저 사라지면서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의 길도 요원해진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유홀딩스는 홍 회장과 체결했던 매매예약완결권이 지난 7일부로 해제됐다고 14일 공시했다. 조건부 매각 계약이 사실상 종결된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법원이 한앤컴퍼니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것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홍원식 회장과 대유가 손을 잡은 건 지난해 11월이다. 홍 회장이 자신의 남양유업 지분을 대유홀딩스에 매각한다는 상호 협력 이행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계약서에는 법적 분쟁이 해소될 경우 대유홀딩스가 남양유업 주식을 인수할 우선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양측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대유가 홍 회장에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상호협력 이행협약(MOU)을 체결하고 재무·회계 전문가 20여 명을 구성해 남양유업에 파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고객 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 작업에도 함께 속도를 냈다.
이 때만 해도 새로운 반전이 일어나는 듯 했다. 아직 한앤컴퍼니와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홍 회장과 대유가 이런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업계서는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연합을 형성했던 대유 역시 홍 회장과의 결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이 대유와도 척을 지면서 향후 본안 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서는 남양과 대유의 협력이 해지됨에 따라 양측 사이의 남은 관건은 계약금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유는 계약금 형태로 320억원을 지급했는데 홍 회장 측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홍 회장 측이 이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계약금 반환 등이 이뤄지더라도 대유홀딩스 측은 남양유업 인수가 물거품 됨에 따라 인력 파견 등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자한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홍 회장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간 본안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한앤컴퍼니와 진행 중인 소송은 2건이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가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져 왔다. 한 때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으나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로 촉발된 소비자 불매운동 이후 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일어난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에 치명상을 입혔다. 남양은 지난해 4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효과가 있다’는 발표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았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브레이크 없는 자멸’을 자초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매각 작업이 길어지면서 부정적 여론도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오너가의 공식 사과와 함께 매각을 통한 전면적인 쇄신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다시 쌓아올릴수 있을 것으로 업계 안팎은 기대했으나 정 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다시 한 번 여론에 미움을 샀다.
피해는 대리점에까지 확산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부정 이슈가 도마에 오를 때마다 불매로 이어지면서 대리점들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고 토로했다.
남양유업 노조는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며 시위도 벌였지만 한 해가 바뀌도록 어수선한 분위기만 이어졌다.
남양유업 투자자들도 분노했다. 기대했던 매각건이 법정 공방으로 넘어가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 조차 사라지고 있다며 잇따라 등을 돌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미지도 ‘무형 자산’의 하나인 만큼, 매각을 통한 이미지 쇄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앤컴퍼니에 매각이 되면, 기업의 성장 보다는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먼저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과정에서 남양유업의 사명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만큼 사명을 바꾸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장 효율적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남양’이라는 이름에는 기존 오너 일가의 본관인 ‘남양 홍씨’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예측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정상적으로 매각되더라도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얼마나 빨리 지울 수 있을지가 경영을 이끄는 성공 포인트가 될 것 같다”며 “남양유업은 경직된 조직문화로 잘 알려진 기업인 만큼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