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전년 대비 10.86%↓
목표가 최소 8만7천원 제시
연초 8만원을 넘보던 삼성전자가 이제 7만원선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주가가 뒷걸음질 한 가운데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9만원대로 낮췄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후 1시30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0.57%(400원) 내린 6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4개월 만에 장중 6만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연이틀 6만원대로 내려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0.86% 하락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와 반대되는 흐름이다. 올해 초만해도 삼성전자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79조6000억원, 영업익 51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역대 최고 성적이고, 영업익은 역대 3번째 규모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부진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류 차질 영향으로 풀이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무리 정보통신(IT) 수요와 투자가 견조하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해도 펀더멘탈 변수들은 결국 지정학 이슈가 모두 삼켜버린 상황"이라며 "펀더멘탈이 주가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지전학 문제 해결이 선결 조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관련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국내 산업 중에서 정유와 반도체 등이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 상승과 수요 감소, 원재료 수급 차질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확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하면서 이 목록에 한국을 포함했다.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외교적 제한을 포함한 각종 제재에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러시아 내 스마트폰 및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제재에 따른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당초 '10만전자'를 전망했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제시한 3개 증권사의 추정치는 9만6000원이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 1분기를 저점으로 분기 실적 성장이 예상되며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76조2000억원, 1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5% 증가할 것"이라면서 "메모리 업황 회복과 하반기 파운드리 3㎚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진입 전 도약을 위한 예열 구간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BNK투자증권의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점에 근접했다는 평가와 함께 목표가를 8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년 1월 정점을 기록한 이후, 분기 실적 흐름과 상관없이 지난 1년 이상 하락 조정을 겪고 있다"며 "지난 3년 간 거래된 주가수익비율(PER) 밴드의 하단에 위치해 있어 저평가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