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정보공개 결정 판결 확정, 회피 의도 드러내…헌재에 가처분 신청, 대선 이후 법적 조치"
하승수 변호사 “퇴임 후 대통령기록물 지정되면 결국 확인 못 해…관련 법 개정해야"
이헌 변호사 “권력 견제·국민의 알권리 충족 위해 대통령 국정운영 자료 투명하게 공개해야"
청와대가 최근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하자, 법조계에선 "시간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과거 청와대의 전례처럼 대통령 퇴임 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모든 것이 흐지부지 유야무야 되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권력 견제 및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당시 부장판사 정상규)는 지난달 10일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연맹이 요구한 정보 중 개인정보 등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공개하라는 취지의 결과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항소장 제출 이유에 대해 “국민 알 권리와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 공개할 경우에 해쳐질 공익 등을 비교형량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법조계는 일제히 ‘시간 끌기’라며 비판했다. 2심 결과가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에 나올 가능성이 큰 데, 문 대통령 퇴임 후엔 이들 자료가 대통령기록물이 돼 최장 30년까지 열람·공개가 불가능해져 사실상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도 청와대에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원고의 소송이 각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등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른 법률로 자료 제출이나 공개를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가 종료돼 대통령기록관에 관련 자료를 이관했다는 사유로 정보공개 결정 판결의 확정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며 “대통령비서실장의 항소 이외에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의 항소심 서류 제출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선 이후에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또한 청와대가 항소한 재판에선 승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연맹은 검찰, 국세청 등 모든 부처의 특활비를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도 “과거 청와대 특활비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뤘다”며 “이후 재판부가 청와대에 비공개 열람을 요청했는데도 차일피일 미루다 대통령 퇴임 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서 결국 자료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검찰이 1심 재판에서 사실조회 과정을 거쳤음에도, 또 다시 사실조회를 항소 이유로 댔다”며 “검찰과 마찬가지로 청와대도 시간을 끌 수 없도록 대통령기록물과 관련된 법안을 개정해 정보공개 소송 중이거나 그 밖에 다른 상황에 대해선 정보 공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출신 이헌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법 제16조 제1항에 의하면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하더라도 공개가 원칙”이라며 “권력을 견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그동안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해 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