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도봉·성북·은평·서대문·관악·용산 등 6곳 훑어
"부동산, 잘못했다…실수요자 중심 세금·금융 등 개편
김종인 조언 많이 들어…신속 집행, 소수야당 할 수 있나
무능·무지·무책임한 사람이 이 나라 맡으면, 흥하겠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제20대 대선 전 마지막 주말인 6일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지역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는 '인물론'을 들고 도봉을 시작으로 성북·은평·서대문·관악·용산 등 6곳을 누비며 중도·부동층 표심 잡기에 총력을 쏟았다.
도봉구 도봉산 입구에서 대선을 사흘 앞둔 이날 첫 유세를 시작한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거듭 사과하며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 확대와 규제·세금 완화 등을 약속했다. 서울에서 악화된 부동산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민주당 정부가 대체로 잘했지만, 못한 게 있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이다. 저도 아프게 인정한다"며 "이재명이 이끄는 '실용통합정부는' 여러분이 겪고 계신 부동산 관련 많은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갖고 있는 '내 집 마련'의 소망을 존중해야 한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세금, 금융, 거래제한 허가제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서 완전히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년 등 평생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까지 허용하고, 미래소득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인정해줘서 쉽게 집을 살 수 있게 책임지겠다"고 했다.
또 △전국 311만호·서울 107만호 주택 공급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해 용적률 500% △상향 분양가 상한제 및 개발이익환수제 도입 △외국인 투기 방지 위한 택지거래 허가제 도입 △다주택 고위공직자 임명 및 승진 불가 △고위공직자 부동산·주식 백지신탁제 실시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주는 모든 공직자 및 공공산하기관 부동산 취득 사전신고제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은순 씨의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그는 "유명한 분이 (부동산) 명의신탁하고 투기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이재명 정부에선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확실하게 드린다"고 했다.
"172석 민주당·청와대·정부, 혼연일체 돼 '실용통합정부' 만들어 민첩하게 일할 것"
그는 이날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선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소환하며 중도·보수층 표심에 파고들었다.
이 후보는 "요새 김 전 위원장의 조언을 많이 듣는다. 172석 민주당 의석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꼭 하라고 하셨다"며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빠르게 하고 신속히 집행해야 하는데, 소수 야당 세력이면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성남시장 때 진짜 고생했다. (그런데) 경기도 가니까 (경기도의회에) 민주당 의석이 많아서 제가 하고자하는 걸 협조해줘서 얼마나 빨리 성과를 냈느냐"며 "172석 민주당과 청와대,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실용통합정부'를 만들어 민첩하고 기민하게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했다.
"청년 편 갈라 싸우게 하는 '극우 포퓰리즘' 움터 개탄…사법시험 부활시키자"
이어 이 후보는 청년층 밀집 지역인 신촌과 신림을 찾았다. 그는 이날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유세에서 "이 곳 신촌은 국민주권, 민주화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에 항복 선언 받아내고 직선제 개헌을 쟁취해낸 역사의 현장"이라며 "조금만 잘못하면 다시 또 촛불을 들고 보도블럭을 깨는 일 생길 수 있다. 많은 사람의 피와 목숨을 바쳐 만들어낸 귀중하고 세계가 자랑하는 민주주의를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성 청년과 여성 청년은 편 갈라 싸우고, 수도권 청년과 지방 청년은 갈등한다"며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하는데 표를 얻겠다고 청년들이 편 갈라 싸우는 걸 더 자극하고 증오를 심는 '극우 포퓰리즘'이 사회에 움트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을 내걸어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정조준 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년들도 집을 사고, 직장도 구하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 넘치는 '청년기회국가'를 이재명이 확실하게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본격적인 연설 전에 입고 있던 코트를 벗고 형광색이 들어간 후리스(양털) 점퍼를 착용한 뒤 랩에 맞춰 팔을 격렬하게 흔들며 짧은 춤을 선보이는 등 '팬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관악 도림천 수변무대 유세에선 "변호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굳이 엄청난 돈 들여가며 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안 나와도 실력이 확실하면 변호사 될 길을 요만큼은 열어주자"며 "사법시험 일부만 좀 부활시키자"고 했다.
그는 현재의 박빙 판세를 언급하며 "저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혹시 한 표 차이로 결정이 나면 어떡하나"라며 "혹시 모르니까 남은 시간 주변에 전화해 '다른 후보는 흉만 보는데 이재명은 우리 삶을 이야기하더라' 이렇게만 말해 달라"고 했다.
" 5,200만 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 무능한 사람이 맡으면 흥하겠나 망하겠나"
이날 마지막 유세 장소로 용산역 광장을 찾은 이 후보는 "20명이 모이는 동창회도 회장이 유능하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잘 되지, 회장이 무능하고 전화도 잘 안 하고 회비 관리도 못 하면 동창회가 깨진다"며 "하물며 5,200만 명이 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미래를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맡으면 과연 이 나라가 흥하겠나 망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능하게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국민을 통합하고, 평화의 길로 함께 갈 후보가 누구냐"며 '유능한 이재명 대 무능한 윤석열' 프레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의 주가 조작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겨냥해 "주가조작을 해서 1천만 주식 투자자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것, 부동산 투기를 해서 많은 사람을 절망하게 하는 것을 확실히 정리해서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는 7일에는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대구·대전을 찍는 '경부선 상행선' 유세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