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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여유 부리는 MLB 구단들, 특급 스타들도 저항


입력 2022.03.03 18:19 수정 2022.03.03 18:2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직장폐쇄 국면서 노사협상 타결 실패..정규시즌 팀당 6경기 취소

슈어저-트라웃 등 선수들, MLB 사무국과 구단 측 최종안에 반발

마이크 트라웃 ⓒ AP=뉴시스

우려대로 메이저리그(MLB)는 올 시즌 162경기를 온전히 치르지 못하게 됐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2일(한국시각) “예정했던 2022시즌 개막 후 2개 시리즈(팀당 6경기)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1994년 새로운 합의 없이 시즌을 시작한 뒤 월드시리즈가 취소된 아픈 역사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12월 기존의 CBA가 만료된 이후 직장폐쇄를 선언하면서 모든 업무가 중단됐다.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는 지난달 22일부터 2일까지 릴레이 협상을 펼쳤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길어지는 협상에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 브라이스 하퍼는 SNS에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유니폼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며 “자이언츠 거기 있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그동안 사무국은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제안만 고수하며 구단주 측과 노조 사이 중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994년에도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샐러리캡 도입을 둘러싼 이견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했다. 시즌 후반 파업에 들어갔고 잔여일정과 포스트시즌 전체가 취소됐다. 새 시즌도 18경기가 단축된 144경기 체제로 진행됐다.


27년 만에 그때와 비슷한 파행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달 말 협상 보다는 진전이 있었지만, 결국 돈 문제는 풀지 못했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 도입과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추첨제 등 돈과 상관없는 부분들은 사실상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구단의 사치세 한도와 보너스 풀 규모 등은 타결의 걸림돌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수 노조는 사무국과 구단주 측이 제시한 최종안을 거부했다. 정규시즌 한 달 단축 가능성을 시사하며 전달된 최종안을 받은 선수노조는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당장 4월에 개막하지 못한다 해도 구단은 선수들에 비해 손해가 덜하다는 분석이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핵심인 중계권 계약에서도 시즌 초반 몇 경기가 취소되더라도 큰 손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기 축소에 따라 MLB 선수들은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취소된 경기 일정이 추가로 조정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선수들은 취소 경기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AP통신은 "정규시즌이 축소되면 MLB 선수 연봉 총액은 하루에 2050만 달러(약 247억원) 줄어든다. 구단들도 피해를 본다"고 전했다.


맥스 슈어저 ⓒ AP=뉴시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인 슈어저는 하루 취소가 될 때마다 23만 2975달러(약 2억 8000만 원)가 사라지는 셈이다. 직장폐쇄로 인해 아직도 국내서 훈련 중인 류현진은 총 9억원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전성기에 있는 오타니 쇼헤이 등은 서비스 타임을 채우지 못해 FA 시가가 늦어진다. 직장폐쇄로 인해 김광현처럼 FA 시장에 나와 있는 선수들의 협상 및 행선지 결정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게 되는 선수들은 사무국과 구단주들 태도를 문제 삼았다.


메이저리그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선수노조는 “방어적인 직장폐쇄 조치를 통해 맨프레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집행위원 중 한 명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 ‘최고 연봉자’ 슈어저는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손실이 얼마나 크든 상관 없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할 것”고 말했다.


아메리칸리그 MVP에 빛나는 트라웃은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 올바른 노사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메이저리그는 성의 있게 협상을 하는 대신 우리를 내쫓았다"고 비판하며 "선수들은 야구 팬들과 모든 선수들을 위해 함께 맞설 것"이라고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내에서도 야구 인기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가운데 양 측이 벌이는 ‘쩐의 전쟁’은 야구 자체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총성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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