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신원조사 위법, 불합격 취소해야” 판단
대법 “해사, 기소유예 등 전력만으로 불합격 처분 한 게 아냐”
범죄전력이 있는 해군사관학교 지원자가 생도 선발 과정에서 자신을 상대로 한 신원조사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해군사관학교 지원자 A씨가 해군사관학교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해군사관학교 생도 선발시험에 지원했다. A씨는 같은 해 7월 1차 필기시험을 합격한 뒤 9월 신체검사와 체력검정 등으로 구성된 2차 시험에 응시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주된 문제는 군사안보지원부대(옛 기무부대)를 통해 나온 신원조사 결과였다.
A씨는 10만원 상당 절도 혐의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1개월 뒤에는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으로 법원에서 1호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2차 시험까지 불합격 사유가 없었던 A씨는 이로 인해 불합격 됐다.
그러자 A씨는 신원조사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고 기소유예 등 전력이 있다고 해서 2차 시험 응시자를 불합격시켜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해군사관학교 측이 A씨 불합격 판단에 활용한 신원조사가 위법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형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1심의 판단이다.
형실효법에선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와 사관생도 입학 등에 필요한 경우를 구분하고 있는데, 해군사관학교 측이 국가정보원법에 따른 보안업무규정을 근거로 군사안보지원부대에 A씨에 대한 신원조사를 의뢰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해군사관학교 내부 선발예규에 2차 시험 통과자에 대해서만 신원조회를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2차 시험 지원자 전원에 대해 신원조회를 의뢰했다며, 1심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년부송치·기소유예 수사경력자료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위법하게 수집한 자료를 처분 사유로 한 것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2심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관학교장에게는 충성심 등 여러 방면에서 자질이 우수한 사관생도를 선발할 책무가 있다”며 “수사자료표를 관리하는 기관은 범죄경력자료 등의 회보 요청이 사관생도의 선발·입학에 필요한 경우임이 명백할 때는 형실효법 시행령이 정한 범위에서 자료를 조회·회보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해군사관학교는 기소유예 등 전력의 존재 자체만으로 불합격 처분을 한 게 아니라, 기소유예·소년보호 처분이 사관생도 지원일로부터 모두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이뤄졌다는 사정을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들보다 중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