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세미나 개최
"원전 수소 쓰면 2040년 kg당 3000원 가능"
"원자력 수소 생산 관련 법·제도 정비 시급"
수소경제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을 발표한지 3년에 이르렀지만 수소 가격은 여전히 kg당 8000원선대 공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선 4000원 선까지 떨어져야 수소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수소법 개정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고, 관련 인프라 구축 속도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 원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면 정부가 공언한 '수소경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의 박찬오 연구위원은 24일 메리어트호텔에서 센터가 주최한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의 국내외 정책 및 기술 동향 조사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박 위원은 "가동원전을 활용해 원자력 수소를 생산하면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설비가격의 하락으로 2030년 정부 공급목표가인 kg당 4000원을 충족할 것"이라며 "나아가 계속운전 원전 이용시 정부의 2040년 공급 목표가인 kg당 3000원을 충족할 수 있고, 수소직접환제철 등 Hard-to-abate 산업으로 활용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을 활용한 고온증기전해(SOEC)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특히 650~850도에서 작동하는 고온증기전해는 저온 수전해 대비 약 30% 정도 전기 효율이 증가하는데, 원자력으로 고온증기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며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는 미래 고온증기전해 원자력 수소 생산 단가가 kg당 1달러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잉여전력 발생시 원자력 수전해 시설에 보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의 '솔라-원자력 하이브리드' 개념도 제안됐다. 이를 활용하면 태양광사업자는 출력제한(curtailment)을 줄일 수 있고 원전사업자도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가 예상된다.
박찬오 위원은 "솔라-원자력 하이브리드를 활용하면 1GW 원전으로 태양광 연계 수소생산시 연간 310GWh의 출력제한을 줄일 수 있다"며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남는 전기를 팔 수 있어 좋고 원전 사업자도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같은 센터의 박석빈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이 경제성을 가질 수 없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재생에너지 발전 여건이 좋은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는 저렴하지만 국내의 경우 태양광과 풍력의 이용률이 낮아 단가가 높다"며 "이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청정 수소생산 설비의 이용률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단가는 화석연료 수소 생산단가보다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생에너지 수소의 비싼 생산단가와 대규모 설비 설치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2040년 공급량 368만톤 대부분 해외 수입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석빈 위원은 "원자력은 발전원가가 1kWh당 54원으로 무탄소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하며, 특히 재생에너지 수전해보다 경제성이 탁월하다"며 "원자력 수소의 기술·경제적 특성 활용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상생이 가능하다" 덧붙였다.
특히 제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 Very High Temperature Ractor)를 활용하면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박 위원은 주장했다. VHTR은 고온의 열을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데 연료의 특성상 사고에서도 방사능 누출 확률이 거의 없고, 대류나 복사 등 자연력만으로 붕괴열을 제거할 수 있어 기존 원자로 대비 안전성이 매우 높다.
노동석 연구위원은 현행법상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이 불가한 점을 지적했다. 노 위원은 "수소법으로 불리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자력이 생산한 수소는 배제돼있다"며 "이 때문에 원자력 수소 기술개발, 실증 R&D가 불가한 현실이다. 이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사업법도 원자력 수소를 활용하려면 고쳐야 될 항목이 굉장히 많다"며 "전력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강제풀, 원전사업자의 수소생산 겸업 금지, 원전사업자와 소비자 간 직접구매 불가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EU는 택소노미 안에 '전력·열· 수소 생산을 위한 신규 원전 건설 및 해당 원전 운영'이라는 원자력 관련 경제활동을 명시해놨다. 미국도 수소 산업 허브를 조성하는데 원자력-수소 단지를 제안했고 영국도 저온·고온 원자력 수소 생산을 장기 프로젝트에 포함시켰다"며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감안해 한국도 원자력 수소 생산 관련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