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요구 빗발, 왕십리·인덕원·의왕·상록수 추가
기존 10개역→14개역으로 연장…완행열차 될라
"타 지자체 반발 가능성↑, 교통 수요 및 운영 수익 고민도 필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에 왕십리·인덕원·의왕에 이어 상록수역까지 총 4개역 신설이 추진된다. 그동안 지자체 및 주민들의 요구에도 추가 역 신설은 힘들단 입장을 유지하던 정부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포함한 GTX 사업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밝혔다. C노선은 지난해 6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현재 실시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C노선 4개 추가역에 대해서는 우선협상대상자의 민자적격성조사 결과, 적격성이 확보돼 실시협약(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들어서는 역은 왕십리역과 인덕원역, 의왕역, 상록수역 등이다. 이로 인해 양주 덕정에서 청량리, 삼성을 거쳐 수원까지 이어지는 10개역으로 구성됐던 해당 노선은 총 14개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실시협약(안)은 향후 KDI(한국개발연구원) 검토와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된 서울 도봉구 도봉산역~창동역 구간 지상화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 문제 등은 다음 달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한단 방침이다.
GTX 관련 입을 다물고 있던 국토부가 갑자기 이 같은 입장을 낸 것은 열흘 남짓 다가온 대선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경기도 안산을 방문해 상록수역을 신설하는 C노선 안산 연장을 약속한 바 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떼써서 다 들어주면 전국 팔도로 다 연결되겠다", "그동안 뭐하다가 하필 대선이 코앞인 지금 시점에 발표하냐", "표심 잡으려 동네방네 역을 다 만들어준 덕분에 급행열차가 아니라 완행열차가 되게 생겼네" 등의 볼멘소리를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전혀 무관하다"며 "이미 여러 차례 얘기 나왔던 부분이고 어느 정도 다 알려진 상태였다. 정부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가 지자체와 협의해 제안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보다 역이 40%가량 추가되면서 서울-수도권을 빠르게 잇는 교통망 구축이란 사업 취지가 무색해졌단 지적도 있다. C노선은 경부선, 경원선, 과천선 등 선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다른 GTX노선 대비 속도가 가장 느리다.
국토부는 4개역을 추가하고도 C노선의 표정속도(평균속도) 80km/h를 유지할 수 있단 입장이다. 하지만 역과 역 사이가 멀지 않은 데다 사이사이 추가로 역이 신설되면 사실상 표정속도로 운행도 힘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철로를 깔고 역을 신설하는 것보다 향후 운영 수익 등을 두루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통망은 한번 갖춰지면 향후 수정이나 변경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번에 신설되는 상록수역의 경우 현대건설 컨소가 주민들 이용률이 떨어지는 등 사업 수익이 낮아 배제했던 곳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역을 추가해달란 요구가 이어질 수 있고 고속이 아닌 저속열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주민들은 좋아하겠지만 결국 지자체 예산으로 노선을 마련한다는 건 시민들 세금이 투입된다는 것이어서 수익성을 따져보고 정말 필요한 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정차역이 늘어나면 기존 목표한 기대효과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텐데 그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며 "무조건 서울 접근성 좋은 역을 만든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교통망을 따라 사람들이 이동해야 수요가 발생하고 라인을 유지할 수익이 날 텐데 과연 그 지역으로 사람들이 이동할지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계획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정치에 의해 계획이 쉽게 변경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며 "일부는 역이 들어서면서 수혜를 보겠지만 또 다른 일부는 피해를 보게 되고 이들 사이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