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스2' 웨이브서 전편 선공개
MBC 26일부터 방송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TV 프로그램 다시보기 용도로 여겨졌던 국내 OTT와 방송국의 전세가 역전됐다. 국내 OTT가 차별회를 꾀하기 위해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고, 회차별로 자사 플랫폼에 선공개한 후 TV 채널에서 방송을 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전편을 OTT에서 공개해버리는 전략이 등장했다.
'트레이서2'는 지난 18일 웨이브에서 전편 공개됐다. MBC는 웨이브보다 열흘 뒤인 26일부터 시즌2 방송을 시작한다.
'트레이서'는 지난 1월 7일 웨이브에서 금요일 2회차를 선 공개한 후 MBC에서 당일인 금요일과 토요일 2부작을 편성해왔다. 하지만 2022 베이징올림픽으로 결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16부작을 2개의 시즌으로 쪼갰고, 웨이브는 '트레이서2'를 자사 플랫폼에서 전편 공개, MBC는 이후 금토극으로 편성하는 선택을 했다. 웨이브의 오리지널 작품이기에 유통권은 웨이브에게 있고, MBC는 방영권만 가지고 있어 가능한 그림이다. 그리고 이는 방송국이 OTT 작품의 '다시보기' 송출 채널이 됐다는 인상을 준다.
웨이브는 이번 결정으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트레이서2'가 공개된 직후 5일 연속 웨이브 드라마 시청 1위 및 신규 가입자 견인 콘텐츠 1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시즌 1까지 시청 시간 상위권으로 역주행하며 '트레이서' 전 시즌 무한 정주행 열풍을 일으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레이서'는 누군가에겐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으로, 긴장감 있는 연출과 반전, 임시완, 고아성, 손현주 등 배우들의 열연에 힙입어 웨이브 오리지널 작품 제작 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키운 효자 콘텐츠가 됐다.
본방사수 개념이 희미해지는 상황에 코로나19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OTT의 영향력이 급성장하자 방송국과 OTT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선보이며 재빨리 환경에 발맞춰왔다.
앞서 웨이브는 2020년 7월, 오리지널 작품 'SF8'을 웨이브에서 먼저 공개한 후 MBC에서 후 송출을 시도했다. 제작에 참여한 '좀비탐정'도 웨이브에서 회차별 선공개 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BS '드라마 스페셜2021' 역시 10주년을 맞아 제작한 90분 편성의 TV시네마 4편을 방송일보다 2주 앞서 웨이브와 BTV에서 먼저 시청자들과 만났다.
CJENM 계열의 티빙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미의 세포들'을 티빙에서 선공개 한 뒤, tvN에서 방영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10월 방송된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은 오로지 티빙에서만 공개하는 것을 방침으로 했으나 뜨거운 반응으로 인해 지난 2월 3일부터 2주 동안 tvN에서 다시 방송됐다.
다시 '트레이서2'의 이야기로 돌아와 전편 공개는 단편·회차별 에피소드를 적은 시간 차를 두고 OTT 선공개, TV 후송출 전략과는 달리 각각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부터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 공개 방식인 '전편 몰아보기'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OTT에서 전편이 공개된 작품을 정해진 시간에 4주에 걸쳐 봐야하는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MBC는 '트레이서'를 통해 7~8%의 시청률을 유지해왔다. 시즌2에서 이 시청률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사실 업계가 바라보는 전망은 밝지 않다. 'TV보다는 OTT'라는 새로운 공식을 다시 낙인을 찍는 작업이 될 지,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TV 콘텐츠를 향한 니즈를 다시 확인하는 유의미한 실험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