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단일화 두고 폭로전…"이준석, 합당 제안" vs "安측서 출마포기 방향 문의"

이준석, '安측에 배신자 있다' 취지 발언에

이태규 '폭로성' 기자회견…"李, 합당 제안"

이준석 "'安 출마 포기'시 예우하겠다는 뜻"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23일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사실상 폭로전을 벌였다.

국민의당 측에서는 이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상의 없이 안 후보 측에 합당을 제안하며 종로 보궐선거 또는 부산지역 보궐선거에 자리를 보장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반면 이 대표는 안 후보가 출마를 포기할 경우 합당 여부가 중요하며, 안 후보를 충분히 예우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국민의당에) 안 후보를 주저앉히게 하겠다고 제안하며 배신행위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게 '폭로전'의 발단이 됐다.

이 대표는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철수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한 뒤 "안 후보는 아시는지 모르지만, 삼국지에 보면 미방과 부사인, 범강과 장달 이런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배신자들 말하는 거네"라고 하자 이 대표는 "네, 그런 거 하는 분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태규 "열정열차서 단일화 선언하는 빅 이벤트 준비했다 해"
"尹 아닌 李와 단일화 논의 하자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달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배신자'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맞불' 성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본부장은 회견에서 "2월초 제가 비공개로 이 대표를 만나서 합당 제안을 받았다"며 "그 취지는 '안 후보께서 깔끔하게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선거 후에 국민의당의 의사를 대변하고 반영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만들어 최고위원회, 조직강화특위, 공천심사위원회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이었다"고 했다.

또 "2월 11일 국민의힘 첫 '열정열차' 출발일에 도착역인 여수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함께 내리면서 단일화 선언을 하는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며 "안 후보가 여기에 응하면 안 후보에게 정치적 기반을 닦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게 안 후보에게 제안하는 내용'이란 말이 있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이 대표가 종로 보궐선거나 부산시장 선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산지역 보궐선거에 안 후보가 나가는 것이 안 후보 정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저는 이 대표 제안의 취지를, 단일화 목표를 공동정부가 아닌 합당에 두고, 윤 후보가 아닌 당대표인 자신과 단일화 논의를 하려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준석 "합당 이야기는 당의 영역…제 권한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얘기"
"합당해도 安 예우한다는 취지"…종로·부산 보궐 공천 약속? "오해한 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앞서 밝힌 '합당 제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본부장의 회견에서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이 대표가 윤 후보와 상의 없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절차를 진행한 것인지, 이 대표가 안 후보에게 종로 보궐선거나 발생할 수도 있는 부산지역 보궐선거 공천을 약속한 것인지 등이었다.

이 대표 역시 이 본부장에 폭로에 이날 저녁 급히 기자회견 일정을 잡았다. 이 대표는 오히려 안 후보 측에서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구했다는 주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국민의당) 모 인사가 '안철수 후보의 출마포기 및 지지선언은 하되 합당은 안 하는 방향으로는 이준석 대표의 생각이 어떠냐'는 문의를 당 대표인 저에게 해와 저는 합당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 측의 의사 전달체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인 경로로 국민의당의 총괄선대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따로 만났다"며 "이 과정에서 이태규 의원의 불편할 수도 있는 사정을 고려해 배석자 없이 여의도 모처에서 단둘이 만났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본부장을 만나기 전 윤 후보와 사전에 상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단일화에 대해서는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합당에 관한 이야기는 당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철저하게 제게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 이태규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열정열차' 기획에 대해서도 "만약 알려진 대로 출마 포기 및 지지선언을 한다면 안철수 대표가 최대한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열정열차의 2일차 종착지인 여수에서 할 수 있도록 실무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며 "열정열차 기획 권한은 명확히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내용이 공개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국민의당이 합당을 하더라도 정치적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니 안심하고,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은 당차원에서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개되었으니, 누가 정치적으로 누구를 우대하려고 했는지는 백일하에 공개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는 작년부터 합당에 대해서는 일관된 이야기를 했다. 합당을 할 것이면 해야 되고 당명 바꾸는 것 외에는 다 열려 있다고 했다"며 "저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지명직 최고위원 한자리는 상당기간 임명하지 않고 국민의당과의 합당논의 과정에서 비워놨다. 그 연장선상에서 양당이 합당하면 지도부 구성에 있어서 기존의 배려를 유지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당 측의 인사들이 공정하게 합당 이후에도 지방선거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그래서 여느 당의 합당절차처럼 국민의당 출신이 조강특위 위원과 공천심사위원회에도 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후보에게 종로 보궐선거나 발생할 수 있는 부산 지역 보궐선거 공천을 보장해주었다는 주장은 일축했다. 그는 "안 후보가 도전을 해도 경선을 할 것"이라며 "그 원칙에 예외는 없다. 이태규 의원이 왜 오해했는지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 본부장이 말한 '단일화'에 대해 "경쟁방식 단일화에 대해 저는 가당치 않다고 표현했다"며 이번 논의가 단일화가 아닌 안 후보의 '출마 포기'에 관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단일화와 지지선언은 다른 것"이라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명확히 경쟁적 단일화였고, 그 전에 안 대표가 여러 정치 행보하면서 문재인 후보나 박원순 후보와 관계에서는 출마 포기 후 지지선언의 방식으로 임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