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차원 접촉·제안은 '아직'…"압박 모양새 좋지 않아"
"安 지지층 야권 성향 가까워, 연대 파급력 크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연대를 논의할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야권 단일화 결렬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안 후보를 향해 동맹 제안을 보내면 정서적 반발도 있는 만큼 당장은 몸을 사리고 시기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3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 후보는 '묻지마 정권교체, 닥치고 정권교체가 아니고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 세상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안 후보가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힌 가운데, 압박하는 형태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안철수 후보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 하자는 러브콜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전날에도 이 후보는 "저는 협력 가능한 모든 진영이 함께하자 이런 입장이니까 거기(안 후보 측)만 빠질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거기만 대놓고 소위 말하는 단일화 제안을 했다 이렇게 해석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수뇌급 인사들도 안 후보를 향한 구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연대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막판 단일화 타결 가능성만 차단해도 4자 구도로 대선을 끌고 가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20일 "저희는 안철수 후보가 제시하는 과학기술강국 어젠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일관되게 말씀드렸지만 안 후보가 주장하는 과학기술강국, 대한민국의 정신은 이재명 후보가 전폭 수용해 과기부총리 공약으로 흡수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아직 당 차원에서의 물밑 접촉이나 제안 등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이 시기상 사흘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결렬 이후 연대와 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개별적 인사들이 좋은 뜻을 전하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겠다"며 "다만 지금은 (당 차원에서) 물밑 접촉이나 제안은 전혀 없다. 안 후보도 (단일화 결렬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러기(물밑 접촉이나 제안을 하기)에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우상호 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통화에서 "당내에서 (안 후보와 당장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도 아니고, 안 후보가 먼저 제안하도록 하면 모를까. 압박하는 모양새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안 후보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안 후보와 근시일 내 어떤 방식으로든 접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도 야권에 제안할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책임총리제와 비례성과 등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연대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대가 극적인 파급력을 가져오긴 어렵다고 예상한다. 안 후보의 지지층이 야권 성향에 가까워 연대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지지율 흡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안 후보의 지지층은 야권 성향에 가깝다"며 "안 후보 입장에선 민주당과의 연대가 명분도 없을뿐더러,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에게 옮겨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안 후보의 지지층이 윤석열 후보에게 옮겨가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