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소주 출고가 백원 인상에 왜 식당에선 ‘천원씩’ 널뛴다고 할까요?


입력 2022.02.23 06:41 수정 2022.02.22 17:1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소주 출고가 3년 만에 오름세

외식 물가에 직격탄…소주 판매가도 '껑충'

"식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가격이 주류에 쏠린 탓"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한 술집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뉴시스

올해 유통가 최대 이슈는 ‘물가상승’입니다. 마트에 나가도 도무지 손이 가는 물건이 없을 정도 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지난해부터 어느 하나 가리지 않고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서민의 술’ 소주마저도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불황에 더 잘 팔린다’는 소주 가격이 3년 만에 들썩이자 소비자들은 “소주 너 마저”라며 탄식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품이라는 점에서 느끼는 체감지수가 남다른 듯 합니다.


소주값 인상의 신호탄은 소주 제조사 1위 업체가 쏘아 올렸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3일부터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 등 소주 제품의 출고가격을 7.9% 올립니다. 다만 프리미엄 라인인 ‘일품진로’는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이유는 다양합니다. 소주의 핵심 주원료인 주정값이 10년 만에 인상됐고, 제품마다 필수로 사용되는 병뚜껑 가격과 빈용기보증금 취급수수료가 줄줄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 등 제반 비용 역시 상승을 부추겼죠.


환경적인 요인도 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외식 경기가 침체하면서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해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2년이 넘도록 저녁장사를 하지 못 하면서 자구책이 필요했던 셈이죠.


◇ 버틸만큼 버텼다…"제조업체도 막막 합니다"


문제는 하이트진로뿐 아니라 소주제조업체 대부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조만간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을 비롯한 타소주 업체들 역시 제품의 가격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간 기업들이 손해를 감내하면서까지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여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소비자가 느낄 어려움 때문이라고 업체들은 설명합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상승 행렬에 동참해야 한다는 부담 역시 배제할 수 없겠죠.


특히 외식물가로 직결된다는 점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소주 제조 업체가 출고가를 인상할 경우 가격을 올릴 합당한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껑충 뛰어 오르게 됩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이전부터 소주의 출고가가 100원 내외로 올라도 식당 등 업소에서는 1000원 이상 올리는 게 통례입니다. 이번에도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소주 가격 ‘6000원 시대’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해석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데요.


소주 값이 밥한 끼 비용과 엇비슷해 지는 겁니다.


◇ 식당이 물가 인상분 모두 감당해야 하나…"주류 가격 올릴 수 밖에"


그렇다면 왜 식당에선 출고가의 10배가 넘는 1000원을 올려야 한다고 할까요?


식당들도 그럴 만한 사정은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이 큰 상황에서 주류 가격 인상분을 혼자 감당하기는 어려운 이유가 가장 큽니다.


현재 외식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고사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채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대료에 인건비는 물론 생활비도 없어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곡소리가 매일 매일 울려퍼질 정도입니다.


특히 지난해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재료가격에 대한 부담까지 높아졌습니다. 식당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하지만, 외식경기 하락으로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로 가격인상과 이윤 포기를 놓고 저울질을 해야만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두부와 콩나물 등 식자재가 올랐음에도 메뉴에 일일이 반영을 하지 못 한 것입니다.


주류업계는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식자재 가격 인상을 메뉴에 일일이 반영하지 못한 것이 주류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뜻입니다.


◇ 유통 단계별 마진 붙는 구조…식당선 보통 1000원 단위 인상


이를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류 유통 구조에 대해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 주류 유통은 주류제조사→주류 전문 도매상→식당, 마트 등 소매점→소비자로 이어집니다. 유통 단계별 마진이 붙으면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주류 공장에서 1100원대에 출고된 소주는 전국의 주류 도매상에게 넘어가고 일부 마진이 붙은 상태로 다시 식당으로 갑니다.


이런 유통과정을 거쳐 소매점이 소주를 넘겨받을 때 가격은 병당 1400~1600원대 정도 되는데요. 보통 식당에서는 병당 4000~5000원에 판매를 합니다.


주류만큼 마진 비율이 큰 품목이 없는 만큼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등 인상 요인 등을 술값에 몰아 붙여 소비자에게 이윤을 남기는 셈입니다. 그동안 각종 물가가 한없이 뛰었으니 가격을 올려야하는 식당 사장님들의 속사정은 이해 하지만 서민들 입장에선 서글플 수 밖에 없겠네요.


서울에서는 벌써부터 소주 판매가를 올려받는 식당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고 합니다. 동네별로 소줏값은 다양하게 형성돼 있는데요. 강남과 고급 일식집에서는 8000원~1만원에 책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금소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에 4월부턴 주세가 오르며 맥주 값도 비싸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소주에 맥주를 함께 섞어 마시는, 일명 ‘소맥’을 즐기는데 1만 원 넘게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퇴근길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분 좋으면 거기에 소맥 한 잔 즐기던 직장인들에게 이번 인상 소식은 달가울 리 없습니다. 이제는 “가볍게 한 잔 하고 가자”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할 듯 합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